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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Nov 01. 2015

제목 없음 3.

세 번째, 연애 못하는 여자.


사실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거부했던 것은 네가 아니었음을.

너는 모른다.

난 그 긴 시간 동안, 네가 아닌, 나의 미래를 강력하게 거부했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요절할 것 같았고,  불안정했으며, 잃는 것이 두려웠다.

너의 곁에서, 너를 바라보고, 너와 그려보는 나의 미래들이,

나는 지나치게 과분해서 갖고 싶지 않았다.

원래 나의 것이었던 냥 그 과분한 행복들을 누리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가 다가와,


“지금 네가 누리는 행복들은 잘못 전달된 행복들이니, 다시 원래의 주인에게 가져다 주겠소”

하고,

빼앗아 버릴 것만 같았다.


내 짧은 인생 처음으로, 16살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었을 때.

나는 소중한 것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 이후 몇 차례, 내 또래 아이들과는 결부시킬 수 없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며 나는 혼자가 되었다.

가장 가녀리고, 누군가 와서 부서트릴 것도 없이 완전한 파편의 상태였지만 그때가 나는 가장 편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으므로, 두려울 게 없었으니깐.

조마조마하지 않아해도 됐고, 나를 등지는 사람들에게 목 맬 필요 또한 없었고, 갖고 싶은 것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불안정하고, 평범하지만은 않은 성장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고 나니,

난 철저하게 혼자인 사람이 되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나는 글을 썼다. 핸드폰 메모장을 통해, 노트북을 통해 나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쪽 글을 써놓기도 하고, 긴 시를 써놓기도 하였다.

오직 그런 것들만이 내 마음을 채우고, 또 담을 수 있었다.

사람과의 대화로는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언어들이 있었기에, 나는 입을 다물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내 손을.

난 손으로 말하고 있었다.

살고 싶다고.


그렇게 살만해지고 나니, 가장 가까이서 나를 가장 오해하고 있던 네 모습이 떠올라

너를 찾았다.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거부했던 건 네가 아닌 내 미래였음을.

고백하고자 너를 찾았다.

그렇게 1년 만에 만난 너를 보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작 20년밖에 살지 않은 난.

과거의 불안정했던 내가 없던 일로 치부해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올 수가 없구나,

나에게는 40년 같았던 그 4년의 기간을 헤치고 나와봤자, 결국 난 또 혼자임을 깨닫고

추운 겨울 날 집 앞에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목놓아 울다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신입생이라는 풋풋함으로 포장된 내 나이를 무기 삼아.

나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또 학교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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