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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Feb 12. 2016

오지 않던 날

4년에 한번 오는 날이 있다.


4년에 한번 오는 날이 있다.

그런 날, 누군가와 인연을 맺었다면

그 인연 한번 참, 지독하다, 하겠다.


흔히들 맞이하는 1주년 기념을 맞이하지도 못한 채,

줄곧 불완전한 4계절을 함께 맞이하며,

완전한 1주년을 기다리는 그 인연은

참 지독하겠다.


4년 전 그날은 날이 어땠던가,

조금은 날이 풀렸었던가.

떠올려 보면

비교적 기억이 뚜렷하다.


저물어가는 겨울이 마지막 심술을 부렸다.


낮에는 꽤나 따뜻하고,

아침과 밤으로는 바람이 꽤나 냉랭한.

그런 날이었다.

그 날도.


저물어 가는 겨울과 달리

남들보다 유독 빨리 봄을 맞이하던.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었는데, 하고

문득, 그 날을 떠올려 본다.


불완전한 4계절을 맞이하면서도

행복했지만,

완전한 1주년을 기다리며

설렜지만,

결국 그 열매는 꽃을 피워보지도 못했구나.


완전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꽃 봉오리가 시들어버렸다.


그래도 그 시들어버린 꽃 봉오리,

4년에  한 번씩은

꽃이 피기 직전의 아름다움을 발하겠구나.


또 4년이 흐른 뒤,

2월 29일에 만나,

피지 못한 꽃 봉오리야.


나에게는

꽃 봉오리로 남은 시간들이


당신에게도 역시

꽃 봉오리로 남아있을까.


그저 시들어버린

죽은 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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