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다가온다.
27일.
문득 익숙한 숫자라고 생각이 들 때쯤,
나는 그것이 어째서 내게 익숙한지를 금방 알아차렸다.
늘 부산스럽게 준비하던 누군가의 생일이었으므로.
항상 이맘때쯤은, 양 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그 누군가를 만났었다.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런 기억들이 있다.
그런 기억들은
늘 필연적으로 찾아와, 스며든다.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어느 순간 찾아와, 마음을 두드리곤 한다.
문득 눈 떴을 때 찾아와
하루를 깨우기도 하고,
일상 속에 찾아와
발걸음을 늦추기도 하며,
잠들기 전 찾아와
하루를 잠 재우기도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그런 기억들은,
간직하고픈 기억일 수도,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던,
그런 기억들은
다 쓴 일기장 같다.
오래전 시간을 기록한 듯,
불투명하지만 분명하게 존재했고
때때로는 생생하게 떠오르니깐.
쉽게 버릴 수는 없고
자주 펼쳐보지는 않지만
늘 방안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 쓴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