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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Feb 15. 2016

미친 것 같았다.




미친 것 같았다.

가끔은 정말 미친 사람 같았다.

내가.


일에 미친 것 같았고

사람에 미친 것 같았고

고독에 미친 것 같았고

사랑에 미친 것만 같았다


정말 미쳤었는지도 모르겠다.


미쳤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강행하고,

자신이 선택한 이별에

미친 듯이  고통스러워하며

수많은 밤을 지새웠는지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잘 알기 전과, 그 후로 나뉘었다.


"재수 없는 년."

"잘난 맛에 살다 죽어버릴 년."


그리고는,


"모질지 못한 년."


가끔은 묻고 싶어 진다.


사랑스러운 입을 오므리며,

매일같이 사랑을 속삭이는 그를 붙들어 놓고

넌지시 묻고 싶다.


내가 당신을 질투하는 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때로 너무 지독해

내가 미친 사람 같으냐고,

혹은

네가 미친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으냐고,


그렇다면.

혹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우리 같이 미쳐버리자.


서로가 서로에게 정당해질 수 있도록.


가만히 누워 되새겨본다.

수많은 집착에 자유롭지 못한 채 미쳐가는 내가, 겪은 것들.


내 나이 또래들에게는 먼 우주 밖의 일들을.


감당하기 버거운 일,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끊임없이 혼자 쇄신하는 것,

그리고 나의 사랑들,

그리고 원치 않게 겪은 수많은 이별들,


난 사랑하는 당신을 곁에 두고 바라보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고,

이별했으며,

또다시 사랑했다.


하루를 살지 않고 버티는 하루살이 인생 같아, 나.

미친 하루살이의 우주가 되어버린 당신이니,


그렇다면

같이 미쳐버리자, 우리.


그리고 황혼에 접어들 때쯤

나지막이 내 귓가에 들려줘, 그 목소리로.


미쳤던 우리,

미친 것이 아니라

정말 사랑했던 거라고,

그러니 편하게  자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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