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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Aug 15. 2016

반짝반짝 빛 나는,


묵묵하게 서로의 곁을 지켜주던 관계가

너무 묵묵해진 나머지

수묵담채화 같아져 버렸던, 

그 무렵이 서글프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들이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쏟아져,

감은 눈이 시려오게

내 밤은 밝았다.


눈이 시려오도록 밝은 빛에,

눈은 감히 뜰 수 조차 없었다.


그렇게 네가 가득 내 머리맡으로 쏟아진 밤이었다,

그 날은.


너는 내게 몇 번의 별이었었나.


타 죽을 것만 같이 찬란하게 빛나던 별,

채 흐르지도 못한 채 눈에 촘촘히 박혀 빛나던 별,

이내 촘촘히 박힌 별을 후두두 떨어지게 하던 날도,

내 얼굴엔 별똥별 자국이 가득했다.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어찌하여

온전히 당신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인지.

나는 며칠, 몇 달을 환한 밤을 거닐며 그 세계에 갇혀있었다.


아, 그것은 아마도 내 성숙의 성수기였으리라.


별이 쏟아질 듯 반짝거리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나 반짝거리는 데,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라고 말하는, 잔인했던 당신의 순진함.


그래서 어땠을까?

어떻게,

별을 가득 안고 짓는 미소는 좀 더 아름다웠을는지.


그렇게 별을 머금고 미소 짓는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별들은 반짝거리지 않았다.


이따금씩 “저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깜박, 그리고 또 깜박거리는 반짝임만 있을 뿐.


그 깜박거림마저 빛을 완전히 바랬을 때,


그 날 당신의 얼굴에는 별똥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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