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하게 서로의 곁을 지켜주던 관계가
너무 묵묵해진 나머지
수묵담채화 같아져 버렸던,
그 무렵이 서글프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들이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쏟아져,
감은 눈이 시려오게
내 밤은 밝았다.
눈이 시려오도록 밝은 빛에,
눈은 감히 뜰 수 조차 없었다.
그렇게 네가 가득 내 머리맡으로 쏟아진 밤이었다,
그 날은.
너는 내게 몇 번의 별이었었나.
타 죽을 것만 같이 찬란하게 빛나던 별,
채 흐르지도 못한 채 눈에 촘촘히 박혀 빛나던 별,
이내 촘촘히 박힌 별을 후두두 떨어지게 하던 날도,
내 얼굴엔 별똥별 자국이 가득했다.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어찌하여
온전히 당신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인지.
나는 며칠, 몇 달을 환한 밤을 거닐며 그 세계에 갇혀있었다.
아, 그것은 아마도 내 성숙의 성수기였으리라.
별이 쏟아질 듯 반짝거리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나 반짝거리는 데,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라고 말하는, 잔인했던 당신의 순진함.
그래서 어땠을까?
어떻게,
별을 가득 안고 짓는 미소는 좀 더 아름다웠을는지.
그렇게 별을 머금고 미소 짓는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별들은 반짝거리지 않았다.
이따금씩 “저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깜박, 그리고 또 깜박거리는 반짝임만 있을 뿐.
그 깜박거림마저 빛을 완전히 바랬을 때,
그 날 당신의 얼굴에는 별똥별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