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다시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어?”
“글쎄, 너무나 당연했어. 그 사람도 나도 너무 당연한 듯 굴었어. 꽤 오래 보지 못했음에도, 잠시 헤어져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았어.”
신기한 일이다.
몇 년을 만나도 헤어지고 남이 되는 건 순식간인데
몇 년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도,
서로를 예전처럼 대하는 것 또한 순식간이라는 게.
그것은 감정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그저 아직 버리지 못한 습관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그 사람을 보며 미소 짓게 되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것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것도,
모두 버리지 못한 혹은 고치지 못한 습관 중 일부인 것 같았다.
“다시 연락할 때, 힘들거나 하진 않았고?”
딱히 힘든 건 없었다.
이미 일상에 녹아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정작 힘이 들었던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 사람과 다시 연락하고 지내는 동안 나는 늘 이별하는 기분이었다.
매일 저녁 연락을 마무리할 때,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 연락이,
나는 매일매일 이별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멀쩡히 연락을 하다가도 코 끝이 따끔했다.
그리고 정말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우려하던 순간이 왔음을 실감했다.
그 사람과 처음 이별했을 때만큼이나 힘들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이별하는 기분으로 연락하던 관계의 끝이 온 순간에는
내 몸의 일부를 절단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묵묵하게 내 일부를 떼어내서 어디론가 멀리 귀향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던 내 미련의 귀향.
그 사람이 담겨 있는 내 추억의 귀향.
이젠 정말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의 귀향.
그 사람을 향한 모든 감정과 기억들은 이미 행복이란 글자로 필터링이 끝난 상태였다.
더 이상은 그 사람을 미워하지도,
이해가 되지 않아 끙끙 앓는 일도,
나보다 좋은 사람이 곁에 생기면 어쩌지 하던 옹졸한 조바심도,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 모두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말 많이 고마웠습니다.”
라는 두 문장으로 모두 끝이 났다.
내가 가진 여러 이별 중, 가장 아름다운 작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