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어렸을 적 동네 길 고양이들을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
나비라고 부르더라?
그래서 어느 날은 물었지,
아는 고양이냐고.
어떻게 이름을 아는 거냐고.
어제 본 고양이랑 지금 보는 고양이
털 색이 다른데 왜 둘 다 나비인 거냐고.
귀엽다고 웃어넘겨버리는 거야, 글쎄.
모르지만 길에 다니는 고양이들은 다 나비라고 부른다나,
집 없이 헤매는 고양이들 외로울까 봐 이름을 붙여준 걸까?
돌아갈 곳도 없는데 불릴 이름마저 없으면
슬퍼할까 봐?
나비라고 부르는 목소리들은 전부 다정했어.
그래서 나는 너를 나비라고 부를 거야.
내 속에서 길 잃고 헤매는 너
돌아갈 곳도 없고
흔히 불리는 그 이름은 뻔할까 봐.
나비야~ 라고 부르면
야옹 하고 대답할래?
그게 마음에 안 들면, 내가 너의 나비 할게.
나비야~라고 부르면
네 앞에 가,
가는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는
아주 정신 못 차리게 야옹야옹하며
네 일상 다 망가트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