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미 Jan 24. 2019

나비


나비야~

어렸을 적 동네 길 고양이들을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

나비라고 부르더라?


그래서 어느 날은 물었지,

아는 고양이냐고.

어떻게 이름을 아는 거냐고.

어제 본 고양이랑 지금 보는 고양이

털 색이 다른데 왜 둘 다 나비인 거냐고.


귀엽다고 웃어넘겨버리는 거야, 글쎄.


모르지만 길에 다니는 고양이들은 다 나비라고 부른다나,


집 없이 헤매는 고양이들 외로울까 봐 이름을 붙여준 걸까?

돌아갈 곳도 없는데 불릴 이름마저 없으면

슬퍼할까 봐?


나비라고 부르는 목소리들은 전부 다정했어.


그래서 나는 너를 나비라고 부를 거야.


내 속에서 길 잃고 헤매는 너

돌아갈 곳도 없고

흔히 불리는 그 이름은 뻔할까 봐.


나비야~ 라고 부르면

야옹 하고 대답할래?


그게 마음에 안 들면, 내가 너의 나비 할게.


나비야~라고 부르면

네 앞에 가,

가는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는

아주 정신 못 차리게 야옹야옹하며


네 일상 다 망가트리게.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성애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