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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Jan 28. 2019

열쇠


영업 중 불빛이 깜빡이는데

누구의 발길도 들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사실 좌석이 다 차야 불빛이 꺼지는 가게다.

좌석이 차면 영업 중 글씨는 불빛을 잃고

그들은 온전히 고립된다.


이 가게, 사람 잘하네.


- 음식은 못하지만 사람은 잘하거든요.


주인장은 늘 화려한 귀걸이를 한다.

걸을 때마다 찰랑 거리는 귀걸이를.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면 모든 이의 시선이 한 번쯤은 머무는, 그런 귀걸이를 한다.


근데 나는 귀걸이 찰랑거릴 때

열쇠 소리 같은 거야, 그게.


사실은 그 주인장 언제든 문 열어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재빨리 문을 열어주고 싶어서, 응?

그래서 열쇠를 귀에 걸고 다닌 거 아닐까 싶어.


주인장, 사람 잘하네.


귀걸이 뺀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 말이야?

본 적 있지.


웬일로 걸어오는데 아무 소리가 안 들리더라고.

그런데 묻기도 전에 말하는 거야.

간밤에 꿈을 꿨는데 그 귀걸이 잃어버렸다고.

꿈 하고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고 하겠지만

꿈에 그리운 사람이 나왔다고.

그때, 잃어버린 것 같다고.


이해가 되질 않았지.


사실은 그 주인장,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듯싶어.

이 세상에서는 시간이 흐르질 않아서

결국, 결국.. 결국


-그건 매일 밤 네 꿈속에서, 네가 본 여자 이야기잖아.


응?

그랬던가, 내 꿈이었던가

하며

근데 내가 그 얘길 한 적이 있던가?

 

단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아는.


그것을 나만 모르는 그 가게로 힘껏 걸어간다.


찰랑.


귀걸이가 내 걸음만큼이나 힘껏,

찰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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