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대답을 기다리는 안부 인사는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되었다.
몇 번을 끄적여도
몇 번을 소리 내도
받을 수 없는 대답을 평생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분명 물음표로 건넨 말이지만
대답엔 마침표가 없다.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
어렸을 적 나는 같은 동네에 사는 영악한 동생이
나보다 더 나이를 빨리 먹으면 어떡하나,
고민을 한 적이 있다.
-
간혹 나는 그럴 때가 있다.
먼저 태어난 사람보다
나이를 더 많이 먹을 때가 있다.
너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열여섯 살 때였어.
그리고 지금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게 됐어.
네 시간은 멈춰 있겠지만
나는 너의 멈춘 시간까지 안고 오느라,
늘 나를 재촉하고, 서둘렀거든.
누나가 돼버린 나를 본다면 알아볼까.
왜 죽은 사람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 건지,
너는 아직 나의 16번째 행성에 살고 있는데.
1년마다 행성이 생기는 거라면
너의 시간도 멈추지 않았을 텐데, 하고
사방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