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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말서
사랑 아닌 것들.
by
서미
Jun 29. 2020
나는 돈이 없어 동네 강을 보석함으로 썼다.
웃기지?
돈이 없는데 보석들은 있다는 게
보석들은 있는데
보석함 살 돈은 없다는 게.
동네 강가에 보석들을 잔뜩 담가놓고는
햇살 잔뜩 드는 날엔
그 강이 모두 내 것인 양, 강가를 거닐며
으스댔다.
아니 근데 너,
그거 사랑 아니라며.
내 손가락에 끼워주지 못하는 반지,
내 팔에 채워주지 못하는 팔찌
내 목에 걸어주지 못하는 목걸이
모두 미안하다면서
내가 보석함으로 쓰는 강을 같이 거닐었잖아.
내게 얼마나 많은 보석이 있는지 봤잖아.
미안하다면서,
근데 너,
그거 사랑 아니라며
왜 미안하다고 했어?
사랑이 아니라면서
내게 끼워주지 못하는 것을,
내게 채워주지 못하는 것을,
내게 걸어주지 못하는 것을,
잔뜩 미안해했잖아.
내 손에 네 손하나만 얹어주면 끝났을 것을,
~하지 못해 미안해_
라는 말들로
엉뚱한 것을 내게 잔뜩 걸어놓네 당신?
목이 마를 때는 보석함에 얼굴을 처박고
음파 음파 숨을 쉬면 돼,
그 속에선 보석들이 반짝반짝 나를 밝혀주니깐
익사의 시간을 사는 너에게
나는 이만큼이나 보석이 많다고,
끼워주지 못해도
채워주지 못해도
걸어주지 못해도
나는 이만큼이나 보석이 많다고 으스대어 보지만
여전히 익사의 시간을 사는 너에게..
아니 근데 너,
그거 사랑 아니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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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
사탕처럼 녹여먹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두고 먹을 수 있고 시간 지나면 끈적하기도 한, 사탕 빼면 사랑 남는 글이요. 사랑 빼면 당신 남는 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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