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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Jun 27. 2022

일기 01.

2022.06.27 월요일


날씨는 불쾌의 끝으로 가고 있었다.

움직임이랄 게 거의 없는 출근 준비에도 내 몸은 금방 끈적였다.

여름이 왔구나, 그것도 습한 여름.


요새 출근길에 묘하게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똑같은 장소에 똑같은 옷차림 똑같은 자세로

엎드리지도, 앉아있지도 못한 채 몸을 떨고 있는 한 노숙자 분이 그것이다.

출근길이 결코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그분은 항상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저 사람이 저러고 있던 건.


저분에게도 저 자리에서의 퇴근은 있을까, 저 자리로의 출근은 있을까.


날씨가 짓궂을 땐 더욱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우산은 없는 걸까, 하나 가져다줘도 되는 걸까, 하는 오지랖이 끈적한 내 몸만큼이나 찝찝하다.

하루 몇 번의 이동을 할까,

어쩌면 나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일지도 모르는 그 이름 모를 사람이 퇴근 후 내 여가시간까지도 쫓아와 있다.

무엇 하나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에 주제넘은 걱정을 혼자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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