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이 바라본 나

유일하게 20년이 넘은 고등학교 동창인 나의 친구 J와 S

by 하담

20년이 지나 이제는 가끔 만나거나, 그마저도 어려운 사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내 헛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친구에 살고 친구에 죽는 사람이었다. 그 시기엔 왜 그렇게도 친구가 내 인생에서 커다란 존재였는지,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나는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제나 주변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특별히 J와 S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가장 오랜 친구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사실 결핍의 덩어리였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고, 한때는 그림이 내 길이라 믿고 입시미술을 시작했지만 곧 포기해 버렸다. '앞으로 뭐가 될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될 대로 돼라'는 생각이 더 강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J와 S를 야자를 빼고 튀자고 종용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우리가 간 곳이라곤 옆 동네 떡볶이집 정도. 지금 생각해 보면 엇나갈 환경은 충분했지만, 그럼에도 비행의 길에 들어서지는 않았다. 남학생에게도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HOT 오빠들에게만 열광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절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서, J와 S에게 내 학창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내 기억과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친구들이 바라본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했다.


J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야. 남들이 낯 잡아 볼 수도 있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고, 가족 이야기도 솔직하게 했지. 감정도 거르지 않고 표현했어. 그리고 지금도 그때랑 다를 바 없어. 우리는 여전히 서로 잘 못 알아듣는 것도 같고."


이 말을 듣고 조금 혼란스러웠다. 내 기억 속의 나는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였다. 불우한 가정환경이 드러날까 봐 꽁꽁 숨겼고, 티 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련의 여고생인 양 행동했던 것 같다.

그런데 J는 내가 감정 표현이 솔직했다고 한다. 어쩌면,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그녀의 시간을 괜히 빼앗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기에 그냥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나는 감정을 꽁꽁 숨겼다고 믿으면서도 친구들에게는 그냥 술술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J와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걸 보면... 그 시절에 나는, 내게 제일 솔직하지 않았나 보다.


S는 좀 더 현실적인 답을 보내왔다.


"자기 주관 뚜렷, 즉흥적, 감정적, 창의적, 열정적. 근데 일이든 뭐든 열정이 너무 지나쳐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해. 새로운 도전을 좋아해서 일을 잘 벌리긴 하는데, 뒷마무리는 잘하는지 모르겠음ㅋㅋ 그리고 충동구매 심해서 돈 관리 못 함. 정리정돈 못 하고 산만할 수도 있음ㅋㅋ"


S의 말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지적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정리정돈 못함'은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나의 특징이다. 그리고 열정이 지나쳐서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는 말도… 새삼 뜨끔했다.


친구들이 바라본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나는 내 감정을 숨긴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은 내가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나는 계획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은 나를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본다.


물론 그 기억과 판단들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나는 갈팡질팡하며 어영부영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은 나를 열정적으로 뭔가를 해내는 사람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 사실 그들이 발견한 내 헛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20년 전의 나를 기억하는 친구 J와 S의 이야기는 사실일 거다.


나도 확실할 수 없는 나의 조각들.

스스로 그들에게 기대하는 답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 답과는 전혀 다른 답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거 보면.


이 기록들이 진짜 나를 찾을 수 있기나 한 걸까?

의문이 들면서,

친구 S의 말처럼 뒷마무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내일 다시 돌아오도록 이 기록을 중단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보기로 하 이만 총총.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 – 나도 모르겠는 나를 탐구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