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TMI :: 업무 애티투드의 기술
제가 1~2년 차 시절 업무 시간 단축은 물론, 자잘한 잔실수까지 케어해준 업무 툴(Tool)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툴을 통해서 구원받았다고까지 표현하는데요. 바로 '체크리스트(Check List)'입니다.
'체크리스트'라는 단어. 참 별거 아닌 거 같습니다. 저도 주니어 시절 체크리스트의 개념을 몰랐던 건 아닌데요. 어떻게 체크리스트를 통해 구원받았었는지 당시 상황과 활용법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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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 팀장님은 팀장 직급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팀원별 업무 분배도 밸런스가 좋지 않았는데요. 특히 저의 경우 특이하게 함께 일하는 팀원들 없이 독립적으로 2~3개의 클라이언트와 각 종 업무들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크로스 체크해줄 팀원없이나 사수 없이 혼자서 모든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업무의 효율은 떨어지고 잔실수들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한줄기의 빛을 만나게 됩니다.
옆 부서와 협업해서 진행해야할 프로젝트에 제가 TF로 착출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추가 프로젝트라니... 한 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힘없는 주니어는 주는 일은 하니까 주니어죠.
갑자기 업무가 추가되니 더욱 더 일에 허덕거리며 하루하루를 쳐내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측은하게 보신 협업부서의 S급 슈퍼 대리님. 어느 날 저에게 노트 한 권과 <체크리스트> 사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201X년 X월 X일
A1, 오늘 당장 할 일 1순위
A2, 오늘 당장 할일 2순위
A3, 오늘 당장 할일 3순위
B1, 내일까지 해도되는 일 1순위
B2, 내일까지 해도되는 일 2순위
B3, 내일까지 해도되는 일 3순위
C1, 이번주까지 해도 되는 일 1순위
C2, 이번주까지 해도 되는 일 2순위
C3, 이번주까지 해도 되는 일 3순위
눈으로 봤을 때 간단해보이지만 꽤 디테일한 법칙입니다. 적어도 이번 주 안에 처리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리스트화 할 수 있고 우선순위까지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체크리스트에는 꼭 지켜야 할 수칙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매일매일 업무가 시작하기 전에 작성한다.
저는 작은 노트에다가 매일매일 손으로 직접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업무가 시작하기 전에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업무 진행을 해야 할지 체크가 가능했습니다.
두 번째,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지 않는다.
주니어들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업무 요청이 오면 무리하게 빨리 해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까 보면 내일 할 일을 오늘 할 만큼 급한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리미리는 좋은 습관이지만 굳이 오늘의 업무를 과중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여유로움 속에서 최고의 효율이 발생합니다.
1. 누락없는 업무 파악
업무가 시작하기 전에 매일매일 업무를 정리하다 보면, 업무 누락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군가 크로스 체크해주지 않는다면 누락되는 업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하면 뭔가 빠진 것 같은데.. 하는 기운이 조금 더 기민하게 감지됩니다. 업무를 누락하지 않고 처리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주니어로서의 역할은 절반 이상했다고 봅니다.
2. 우선 순위를 설정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업무를 놓치지 않는 것보다는 우선순위를 성정하는 것에 있습니다. 보통 일을 하고 있으면 급하다고 재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데 사실 급하다고 재촉하는 경우 중 진짜 지금 당장 안 줬을 때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주니어들은 사회적으로 약자의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하다보니 자기보다 높은 직급이 재촉하는 경우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요. 차분하게 A(오늘 할 일), B(내일 할 일), C(이번 주 할 일)을 구분하여 우선순위대로 업무를 진행해보세요.
저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우선순위 설정과 업무를 구조화하는데 참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체크리스트 그 자체로서 역할도 있지만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업무 진행방식에 대한 개념에 눈을 떴다고 할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체크리스트가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려 본인에게 잘 안맞다고 판단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체크리스트를 툴 그 자체로서 사용하기보다는 현재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구조와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