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룡 Nov 14. 2022

팀장님, 너나 잘하세요.

자기 객관화가 중요한 이유

나는 '내로남불'을 가장 혐오한다.

회사생활은 여럿이 모여 소통하는 단체생활이기에 자신을 돌이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 편이 더 낫다.

사무실에서 마주하는 그들 중 앞뒤가 꽉 막힌 꼰대 상사가 있다.


'박주임, 부서 예산 얼마 남았지? 나 축의금 봉투 하나만 만들어 주라. 5만 원만 부탁해.'


한숨을 푹 내쉬며 고민에 빠져 있던 박주임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팀장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저... 예산 삭감돼서 경조금 해드릴 현금이 없습니다. 봉투만 만들어서 드리겠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박주임을 빤히 쳐다보던 팀장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야... 라떼는 마이너스 통장 뚫어서까지 했어. 다음 달 예산 아끼면 되잖아. 개념이 없네 진짜.'


옆에서 지켜보던 매니저가 다급하게 박주임을 밖으로 불러낸다.

뻔하다. 자신도 아무 말 없이 했던 일인데, 왜 너만 유난이냐는 식으로 그를 몰아세웠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실제로 과거에 자기 돈을 써가면서까지 상사들의 뒷바라지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적어도 현재 상사에 위치해 있는 그들은 10원 한 푼까지 회사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부서 예산이 고갈이 돼도 퇴근길에 어묵 하나 사 먹는 돈도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다.

월급도 적은 막내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누려야 할 혜택 그 이상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대부분의 업무는 기획-실행-보고서 작성-보고 이렇게 4 단계를 거친다. 실무자와 관리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의사소통을 하며 일을 진행한다.

문제는 '척'만 하는 중간 관리자의 존재다. 그는 모든 단계에서 철저하게 주변인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열변만 토해낸다. 불필요한 회의는 물론이고, 영양가 없는 얘기들로만 가득한 지시를 쏟아낸다.


'내가 자세히 얘기해줬잖아. 팀장님! 너무 요즘 친구들은 일하기 힘듭니다. 다 떠먹여 줘야 해요.'


그렇게 그들의 불만은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지 못하는 부하직원들에게 향하곤 한다.

재밌는 건 그런 중간 관리자들은 자신의 윗 상사에 대한 불만도 많다는 점이다.


'팀장님은 뭐하고 계시는 거냐? 뭐 지시가 없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 채 열심히 동료와 선후배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회사생활을 채워가는 사람들.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

다만, 회사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함께 일하고 서로를 평가한다. 내가 동료(선후배)를 평가하듯 그들도 똑같이 나를 바라볼 것이다.

나만 옳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자신은 지키지도 않는 신념이나 갖지도 않은 충성심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끊임없이,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근 후 20년 전 시트콤을 보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