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기진 못하더라도 해봐야죠.
갑작스럽게 부서이동 소식을 들었을 때 3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1. 퇴사 2. 못한다고 버티기 3. 부딪혀 보기
난 부딪혀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야기를 잠깐 해보고자 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 장 폴 사르트-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한다.
수학이 싫어 인문계를 선택했고, 취업에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상경계열로 진학했다. 군대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나마 몸이 편하지 않을까 싶어 공군에 입대했다. 취준생 시절에도 재경 쪽 일이 적성이라 생각해서 그쪽 분야만 지원했다.
대부분 선택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결정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무직으로 지원했지만, 구매팀으로 배치됐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뜻하지 않은 결정이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어느 날,
점심시간이 막 끝나고 자리에 앉은 나를 향해 외자담당 매니저님이 다가왔다.
(외자담당 : 해외 자재 수입 업무 담당)
그는 꽤 소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차분하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말룡아, 너도 얘기 들었지?. 외자담당은 처음에는 생소한 일이 많을 거야”.(이하 생략) ~~
이야기의 요지는 내가 며칠 후면 외자담당으로 발령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
난 들은 바가 없었다. 부서이동을 한다는 사실도 몰랐고, 심지어 그 시기가 며칠 후라는 것도 그를 통해 들었다. 당혹스러웠다.
“아무리 막내라지만, 내 의사는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영어도 못하는데 수입업무를 하라니..?”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선택은 내 몫이 아니었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내 몫이었다.
다급하게 서점을 찾아가 영어회화책과 수입업무 관련 책을 샀던 기억이 있다. 비록, 내가 선택한 일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부서에 와서 피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고, 이메일만 한 시간 동안 쓸 만큼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이 있다. 회사는 그와는 상관없이 내가 해야 할 일(To do)을 결정한다. 하기 싫은 일이라고 내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사는 날 고용했고,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회피하고 싶은 영역이 있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은 항상 존재한다. 나에게 영어가 그랬다.
다만, 그것이 해야 할 일이라면 해보는 수밖에.
특별한 동기 부여 따위는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걸 시작하고, 해야 할 일이라면 잘하든 못하든 해보는 거다.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건 꽤나 안타까운 일이다.
전화도 받지 못했고, 이메일도 한 시간이나 쓰던 나도 어찌 됐건 해나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