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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룡 Aug 05. 2022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내가 겪은 최악의 상사 이야기 1

조직 생활이 힘든 건 결국 사람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나와 상극인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한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업무적으로 엮인 상사라면 큰 시련을 맛볼 있다.

심할 경우 사람 한 명 때문에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을 수도 있다.

내가 만난 그 사람도 그랬다. 그는 구매팀을 떠나 두 번째 부서에서 만난 직속 상사였다. 편의상 그를 F라고 하겠다. (Fuxxxx... 는 아니에요)

그는 완벽한 빌런이었다.


1. 회사가 전부인 상사

뭐든지 밸런스가 중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도 마찬가지다. 가정과 직장의 균형이 무너져 회사가 전부인 사람은 주말에도 온통 회사 생각뿐이다. 문제는 본인만 애사심을 갖고 고민하고 일한다고 억울해하며 주변 사람들 괴롭히는 것이다.

내가 만난 F도 그랬다. 그는 종종 주말 저녁이면 월요일에 해야 할 업무 지시를 장문의 카톡을 통해 했다. 어떨 땐 주말에도 술 한잔 하자는 요청도 했고, 마지못해 나간 자리에서는 사골 우리듯 회사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그였다. 그때 주둥이를 꿰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2. 모르는 것도 고집부리는 상사

이거 정말 사람 미치게 한다. 상사로서 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일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F는 항상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항상 꼬투리 잡기 위해 저렇게 말을 시작한다.

상사가 틀렸음에도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그를 이해시키는 일은 그 자체로 비효율적일뿐더러 나의 감정 소모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 너 잘났다.


3. 강압적으로 동료 이상의 관계를 요구하는 상사

여름휴가 때였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F로부터 톡이 왔다.

"주말에 캠핑 가자".

휴가 중 평온한 마음 상태가 순식간에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미묘한 짜증이 올라오는데 어디다가 풀 수도 없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마음에도 없는 한심한 답장을 전송한다.

"넵 알겠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스 라이팅을 당하던 시기 같다.)

F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면 회사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곤 했다.


4. 24시간 화가 잔뜩 나있는 상사

'아.. C'

출근할 때나 보고를 받을 때 혹은 그냥 대화를 할 때도 F는 항상 짜증 섞인 말을 달고 산다.

질문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에게 다가가는 순간 멀찍이서부터 버럭 화를 내며, "야 뭐야, 뭔데!! 별거 아니기만 해 봐".라고 윽박지르기 때문이다.

회의실에서는 항상 고성을 지르며, 상대를 압박하기 일쑤였다. 한 번은 그가 도대체 왜 이렇게 험악한 분위기를 즐기는 건지 속내를 들을 일이 있었다.

"사무실에선 항상 긴장해야 돼. 그래야 딴짓 안 하지".

어쩌다 이런 괴물이 만들어진 거지..


유치한 상상도 많이 했다. 그가 마시는 커피에 침을 뱉는다거나, 의자에 압정을 좀 놔두는 그런 상상 말이다.


팀원 모두가 F 때문에 힘들어했다. 누군가는 퇴사를 고민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부서로 도망쳤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고, F의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기 일쑤였다. 견디기 힘들어 정신과 약을 복용했다. 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고백에도 활짝 웃으며 "고민을 하는 건 좋은 거야".라고 떠들어 댈 때는 F의 뒤통수를 있는 힘껏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F가 지닌 회사에서의 위치와 상하관계라는 특성상 감히 덤빌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느 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스트레스가 우울과 고통으로 진화해갔고, 도망치듯 퇴사를 해버리고 싶었다.


상황을 반전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다. F를 피해 도망치는 건 너무 억울했다. 난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다.

피하지 않고, 후배들을 '깔보는'
그와 맞서 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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