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궁금해! 05 - 커피
2016년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전엔, 한국은 "Korean War, IT, K-pop" 정도만 알았던 포르투갈인 신랑이 한국에 와서 궁금해하는 별별 것들. 그리고 거기에 답하다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한국 이야기.
포르투갈인 신랑에게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의미한다.
포르투갈에 가서 봐도 그렇다. 글로벌 커피 체인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메리카노나 라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포르투갈인들에게 익숙한 커피 문화는 가까운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다. 한국 카페에서처럼 앉아서 함께 대화를 나누며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카운터나 바에 서서 혼자, 혹은 짧은 대화와 함께 후딱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풍경이 좀 더 흔해 보인다.
이렇게 '커피=에스프레소'인 신랑에게 한국의 커피 문화는 완전 별세계!
일단은 카페가 무척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널찍한 공간이 있는 큰 카페부터, 몇 평 남짓의 테이크아웃 카페까지 다양한 카페들이, 과장 조금 보태서, 한 집 건너 한 집 있는 풍경에 매우 놀라워했다.
하긴 나 역시 한국 올 때마다, 더 늘었으면 늘었지 주는 것 같지는 않은 카페들에 매번 놀라곤 한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많아져서 좋지만, 한국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불붙는 경쟁이 분명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신랑이 감탄한 것은 무한 창의성과 무한 다양성!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음료는 말할 것도 없고, 시즌별로 나오는 다양한 음료에 무척 감탄해 마지않았다.
얼음 대신, 커피를 얼려서 넣은 아이스(커피) 큐브 아메리카노나 라테에
"세상에! 한국 사람들 너무 천재적인 것 아니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했지?" 라며 흥분하거나,
편의점과 슈퍼에 진열된 별별 다양한 커피 음료들을 보며,
"우와, 대단해! 너무 다양해!" 라며 눈을 빛냈다. 매 번 하나씩 서로 다른 것들을 맛보면서, 다 맛있다고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신랑이 꽂힌 것은 커피믹스.
평생 에스프레소를 당연하게 먹어 온 사람의 입맛이 맞냐며 장난스럽게 놀렸지만, 나 역시 깊이 공감한다, 한국 커피믹스에는 적절한 밸런스의 단맛과 중독적인 맛이 있음에!
인터넷 검색에서는 국내 D식품이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했다고 나오는데, 역시 그런 내공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다른 나라의 다양한 커피믹스도 먹어 봤으나, 여태까지 커피믹스는 역시 한국 제품이 최고다!
신랑은 노란 M 커피믹스와, 요즘 나오는 라테 커피 믹스 종류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사실 노란 커피믹스의 팬이 신랑이 처음은 아니다.
내가 예전 일했던 직장에는 캐나다 남자분이 한 분 계셨는데, 일 년에 두세 번 고국인 캐나다로 다녀오셨다. 휴가에서 돌아온 첫날, 마이클 씨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탕비실에 가서 노란 커피믹스를 타서 한 모금을 들이키며 행복한 얼굴로 중얼거리곤 하셨다.
"음~ 이 맛이야... 그리웠어."
모로코에서 잠깐 일할 때 친해진 내 나이 또래의 레일라 역시 마찬가지. 한국에 출장으로 오거나 하면 꼭 커피믹스를 사 갔다.
우리 역시 한국에 올 때마다 꼭 사가는 필수템 중의 하나로, 신랑은 아침에 일어나서 하나씩 모닝커피로 마신다.
물론 우리 둘이 제일 많이, 자주 마시고, 또 좋아하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다.
커피 한 잔 마실래라고 하면 으레 카페 카운터에 서서, 혹은 집에서는 에스프레소 기계로 뽑아서 후딱 마시곤 한다. 또 둘 다, 설탕 넣은 에스프레소는 좋아하지 않는다. 뜨겁고, 진하고, 두 세 모금에 목으로 넘길 수 있고, 훅 하고 향과 씁쓸한 맛이 올라오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에스프레소를 둘 다 좋아하고 자주 마신다.
하지만 커피믹스는 또 다른 얘기다!
달고, 칼로리도 높다는 이유로, 최대한 덜 마시려고 하지만, 나 역시 커피믹스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 이상하게도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는 별로 안 그런데, 동티모르나 포르투갈에 있을 땐 더 먹고 싶어 진다. 그 적당하게 달달하고 고소하고 매끄러운 맛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