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생활 엿보기

포르투갈 시골 일기 21 - 일상, 박물관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알비토 근처에는 다 고만고만한 작은 마을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그중 비디게이라 Vidigueira는 알비토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로 '빵과 평화로운 사람들의 고장 Terras de Pão, Gentes de Paz'!

- 인근 마을들 중에서도, 특히 빵집이 많고 유명하다고 (한국처럼 맛있고 달달하고 다양한 디저트 빵들을 만드는 빵집이 아니고, 딱딱하고 씹는 맛, 고소한 맛이 있는 현지 식사빵을 만드는 빵집이다). 완전 전통 방식과 장비로 굽는 빵집도 있고, 좀 더 현대적으로 보이는 집도 있다. 사전에 예약하면 견학도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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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외에도, 시아버님께서 멤버이신 와인 협동조합도 있고, 조그만 박물관도 있다.

교과서 역사 시간에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15세기 포르투갈의 항해가이자 탐험가인, 바스쿠 다 가마 Vasco da Gama의 영지가 바로 이 동네. 마을 중심가의 바스쿠 다 가마 상 뒤에, 주욱 이 가문의 소유로 있다가, 학교로 쓰였다가, 지금은 조그만 박물관이 된 건물이 있다 - 이른바 "포르투갈 20세기 초반 생활사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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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난 이런 거 너무 좋아한다. 여행지 슈퍼마켓에 가서 현지에선 뭘 쓰고, 뭘 먹나 하면서 둘러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전 세대나 옛날의 생활은, 슈퍼마켓을 갈 수 없으니... 이런 생활사 박물관에서 볼 기회가 있으면 무척 재미있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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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물건 -섬세함 돋는 장갑, 가방, 빗, 파우더, 약통, 기도서 케이스와 묵주 등등 - 과,

남성들의 물건 -회중시계와 시계 케이스, 카메라, 파이프와 청소용품, 필기구 등등-을 보면서, 물건을 썼을 사람들도 상상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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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실용적인 화장실 세트 (변기 칸은 안 쓸 땐, 쑤욱 밀어 넣은 후 닫는다. 겉에서 보면 그냥 서랍장인 줄!)에 감탄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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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발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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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식료품 가게를 보면서, 사람들이 북적였을 광경도 상상해 보고.

신랑 말로는, 옛날엔 이런 식료품 가게에서 올리브 오일이니 곡식 등을 다 달아서 팔았다고. 그런 생활에선, 산 물건들을 담을 통이나 자루들을 들고 가게에 오는 것이 당연하다. 불편하긴 하지만 쓰레기는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

하긴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인 우리 엄마도 그런 얘기를 하신다.

"... 얘, 옛날엔 마트니, 온라인 쇼핑이니 이런 게 어딨니? 내가 어릴 때, 너네 외할머니 따라서 시장 가면 그냥 보자기 하나 들고 갔지. 생선가게에선 신문지에다가 생선 싸주고. 병 들고 가서 참기름 받아오고."

"엄마는 그게 무슨, 진짜 진짜 옛날 얘기야!"

라며 웃긴 했지만, 그런 '옛날 방식'은 포르투갈이나 한국이나, 아님 다른 데서도 비슷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불편했겠지만, 그냥 가까운 데서 생산하고 유통하고 사 먹는 생활.

신선하고 단순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게 되는 구조.

편안함과 양적인 풍요를 얻은 대신, 잃은 것들도 그만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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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축이 활발한 지역인 만큼, 양과 소 목에 다는 방울들도 많다.
제일 오른쪽 아래는 개 목에 둘렀던 건데, 야생 늑대나 맹수로부터 (주로 양치기) 개를 보호하기 위해 뾰족한 철을 박은 거라고.
양치기 견과 야생 늑대가 싸우는 일이 (옛날엔) 항상 있었는데, 급소인 목을 물어 뜯기지 않기 위해, 저런 무시무시해 보이는 목걸이를 고안해냈단다.
그래... 생각해보니, 양치는 풍경은 목가적이고 평화롭지만, 양 떼는 말할 것도 없고, 분명 양치기 견과 목동에게는 야생 포식동물 습격에 대한 긴장이 생활이었을 터.


이런저런 상상도 해 보고, 우리의 생활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하는 제법 심각한 생각도 하다 보면, 어느새 박물관의 마지막 코스, '와인과 주점'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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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고르고 짜내는 기구들과, 와인 담금저장발효 항아리의 미니어처도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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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실물 사이즈 '시골 동네의 흔한 주점 풍경'!

- 바 앞의 바닥에 가득한 것은, 호두며 아몬드의 껍질이다. 옛날식 포르투갈 시골 주점에선, 다들 바에 기대서 와인과 함께, 너트 종류를 까먹으며 저렇게 바닥에 버렸다고... 바 오른쪽의 진열장엔, 단골 안주 세트인 소시지와 돼지비계, 치즈와 정어리 모형까지. 다 와인과 궁합이다.

짭조름한 소시지에,

치즈를 두툼하게 얹은 고소한 식사빵에,

혹은 소금을 치고 레몬즙을 뿌린 신선한 구운 정어리를 얹은 빵에,

와인을 곁들이면, 와인도 안주도 술술! 그야말로 Simple is th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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