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33 - 일상, 동물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 8
아침 산책 후 토요장에 가려고 차를 막 출발시키는데, 양 목초지 끄트머리에 웬 개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루이스가 기르는 테레코말고는 개가 없는데, 웬 개가 나타난 것인지.
게다가 테레코는 과수원과 목초지로 통하는 울타리 문을 잠그고 나서야 풀어놓거나, 그렇지 않으면 묶어 놓는다.
깜짝 놀란 신랑이 당장 차를 세우고, 소리를 치니 개가 황급히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한 마리만 봤는데, 신랑 말로는 각 검은색과 갈색의 2마리 개였다고.
신랑이 심각한 어조로, 저 정도 덩치의 개라면 순식간에 양들 열 마리 물어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개가 흥분해서 양들을 겁주면 어떻게 하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물어 죽이기까지 하다니!
정말이야? 라며 심각하게 물어봤더니, 신랑 왈,
"그럼, 십 년 전 즈음, 밤에 웬 개가 우리 양 떼 목초지에 들어온 적이 있어.
들개였는지, 아니면 누가 기르던 개였는데 어떻게 하다 온 것인지, 그건 몰라.
여긴 시골이니깐 다들 넓은 초지 안에 풀어놓고 개를 기르거든.
보통은 개들이 경계 우리를 뛰어넘거나 하지 않지만, 개구멍 한 두 개쯤은 만들기 쉬우니깐, 주인이 있는 개가 나온 것일 수도 있어.
하여간 개가 들어와서 양들이 너무 놀란 나머지 무작정 도망가다가 물탱크로 뛰어들었지. 양들은 헤엄을 잘 못 칠 뿐더러, 물에 젖으면 털이 물을 다 먹어서 무거워져. 도망칠 수가 없지... 다음날 물탱크에 빠져 죽은 그 많은 양들을 보는데 참...
개들은 재미 삼아 양들을 쫒기 시작하는 거야. 양들이 막 뛰기 시작하니깐 흥분해서 같이 뛰다가, 몸을 물어서 상처를 내고 죽이기도 하고...
루이스가 옛날에 길렀던 개도, 어떻게 했는지, 울타리를 넘어 탈출했어. 여기서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옆동네까지 가서, 누가 기르는 양들을 몇십 마리 죽였지. 루이스는 당연히 모든 양에 대한 배상을 해줘야 했고."
와, 그야말로 양 잔혹사가 따로 없다!
양치기 개를 파수견으로 세우면, 그 개가 양 떼를 지키지 않느냐, 침입자 (혹은 침입 동물)과 맞서서 싸우지 않느냐 했더니 그렇단다. 다만 양치기 견은, 해당되는 견종을 어릴 때부터 잘 훈련시켜야, 그 정도 역할을 한다고. 그리고 양치기 없이 양치기 견들만 파수를 서는 경우는, 위기 상황에 대비가 잘 안 될 수도 있단다. 그러니 몇 백 마리 단위로 양 목축을 하는 이곳 알란테주에서, 양치기와 양치기 견이 사이좋게 양 떼 옆에 붙어 다니는 풍경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양 떼가 풀을 뜯는 풍경 뒤에는, 이런 냉엄한 생과 사의 모습이 도사리고 있었구나. 양치기하면 왠지 알퐁소 도데의 '별'을 떠올리며 한없이 낭만적이고 아름답게만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 많은 않은 것이다
- 자칫 한 눈을 팔면 순식간에 양 떼가 당할 수도 있다는 것! 양 떼 소리와 방울 소리, 바람 소리만 들리는 풍경과 마른 풀 냄새의 평온함 속에서 언제 위험이 튀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