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집, 거미집, 사과나무

포르투갈 시골 일기 32 - 일상, 자연, 음식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 8


오늘 아침 산책길엔, 지난번 사촌 안토니오가 발견한 딱따구리 집을 다 같이 보러 갔다.

커다란 야생 선인장 줄기 꼭대기에, 정말이지 틀로 찍어낸 것 같은 동그란 구멍이 떡하니 뚫려 있는데, 그게 딱따구리 집이란다.

어렸을 때 만화에서만 봤던 딱따구리가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집을 보니 (정확히는 집의 입구지만) 뭔가 현실의 존재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신기.

IMG_0692.JPG



아빠와 둘이서 포도밭 위쪽으로 다녀온 보배는 큰 거미줄 발견!

IMG_0541.JPG

신이 났다.

진짜로 거미줄과 거미를 생생하게 본 것은 처음.

"무서워, 무서워" 하면서도,

"엄마, 거미집 있어요. 저기 거미집"이라고 계속 말하는 것이 무척 신기한 눈치.

루이스 삼촌에게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열심히 한국말로 "저기 거미집 있어요" 하는데, 당연히 포르투갈 가족들은 어리둥절 :)


점심은 어제저녁에 따온 파프리카로 신랑이 준비했다. 시부모님께서는 프레준투에 빵, 토마토 계란 요리까지 준비해 오셔서 푸짐한 점심을 다 같이 즐겼다.

신랑이 파프리카로 한 요리는, 파프리카를 반으로 잘라, 안에 새끼돼지 통구이의 살을 발라 넣고 나머지는 빵가루를 채워서 구운 것. 새끼돼지 통구이는 지난주 가족 점심때 남은 것을 냉동실에 얼려 놓은 것이다. 남은 식재료와 텃밭 재료가 만나 아주 훌륭한 요리가 되었다.

IMG_0544.JPG


와인과 함께 길어지는 어른들의 점심 식사에 지겨워진 보배는 할머니 전화기를 가지고 놀다가, 할머니의 친구분께 저도 모르게 전화를 걸어 나름 통화를?! 하고,

루이지냐는 혼자서 옹알이하다가, 자기 손을 보면서 놀다가 한다. 6개월에 접어든 요즘, 자기 손을 한참 신기하게 쳐다보기 시작할 때!


점심 먹고 루이스네 집으로 다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보배는 혼자 저만치 먼저 뛰어가더니, 사과나무 앞에 딱 서서 기다렸다, 큰 소리로 아빠에게 소리친다.

"아빠, 사과 주쎄요"

나무에서 바로 똑 따서 싹둑 베어 무는 신선한 사과의 맛을 단단히 들였네.


20190808_180808.jpg
IMG_0570.JPG


매거진의 이전글지나는 길에 들리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