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토요일

포르투갈 시골 일기 34 - 일상, 시장, 산책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 8


루이지냐가 처음으로 뒤집기 성공!

생후 만 6개월을 딱 하루 앞둔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루이지냐랑 같이 누워서 놀고 있는데, 내 쪽을 보고 방긋방긋 웃다가 뒤집었다! 뒤집기를 혼자 하고 나서, 자기도 깜짝 놀랐는지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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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냐의 뒤집기 성공에 신나는 기분으로 토요장 도착.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오고 가며, 한 주간의 안부를 묻는 토요장.

동네 구멍가게도 있고, 차로 10분 걸리는 옆 마을에 마트도 있지만 알비토 사람들은 토요장에서 장을 많이 본다. 빵은 빵집에서 매일 사고, 웬만한 채소는 텃밭에서 많이 얻을 수 있으니, 다른 채소나 과일, 생선, 고기 등은, 아주 조그만, 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토요장에서 사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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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마주치는 10명 중 9명은 신랑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다.

몇 년 전에 비해서는 익숙해졌지만, 아직까지도 좀 신기하다 - 어떻게 동네 사람들이 서로를 다 아는지! 친밀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정겹다.

마을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인 나에겐 호기심 어린 시선을 감추지 않지만, 항상 예의 바르게 인사와 미소를 건네는 적당한 거리감과 친밀감도 마음에 든다.

"당신이 궁금하고 신기하네요. 하지만 마구 질문을 하거나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잘 모르지만, 환영합니다, 우리 동네 오신 것을."

이라는 느낌.

많은 인사와 뺨키스를 주고받은 후, 초록색 자두와 블랙 올리브 절임을 산 후, 다시 집으로.


집에선 시부모님께서 한참 점심 준비.

오늘은 알렉산더네 가족과 마틸드의 친구 (보배 1일 베이비시터를 같이 해주었던 안나), 루이스, 시부모님, 우리 가족까지 해서 어른 10명에 아가 둘이 같이 정어리를 구워 먹기로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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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토요장에서 사 온 신선한 정어리 30마리 한 박스, 쇠고기, 돼지고기가 먹음직스럽게 한 가득.

정어리나 고기는 별다른 양념 따로 없이, 굵은소금을 뿌려 그릴에 굽는다.

집 바로 옆, 그릴대에서 구우니, 연기 걱정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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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딴 토마토를 굵직하게 썰어 역시 굵은소금 조금 송송송, 올리브 오일 차르륵.

각자의 취향대로 토마토에 정어리, 빵 위에 정어리, 아무것도 없이 그냥 정어리들을 먹는다. 와인은 필수.

한 여름 정어리 구이는 그야말로 별미.


고맙게도 루이지냐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낮잠을 자기 시작해서 한결 수월한 점심 식사가 되었다.

디저트로 시부모님께서 사 오신 아이스크림과 왕수박까지 먹고 나니 무척 배가 부르다.

배가 부른 데다가, 하루 중 제일 더울 때가 되었으니 잠이 솔솔 오는 것은 당연지사.

다 같이 낮잠을 자고 일어나선, 오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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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오셔서, 진입로부터 시작해서 집 바로 앞 화단까지 물을 주신다.

딱따구리 집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유칼립투스 나무 상태도 한 번 확인하고.

보배는 물이 나오는 호스를 무척 좋아해서, 물 주시는 할머니를 강아지처럼 종종종 쫓아다니면서 신이 났다. 그리고 나선, 그새 물이 고여 조그맣게 만들어진 물웅덩이에 할머니랑 같이 조약돌을 던지면서 '퐁당'하는 것에 더더 신이 났다.

만세 자세를 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깔깔 웃는다.

흙과 물만 있으면,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보배 나이는 만사 오케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도시에선 힘드니 (도시에선 그게 절대 단순한 것이 아니니), 휴가 끝나고 돌아갈 보배를 생각하면 왠지 좀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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