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엔 너무 완벽한 순간

포르투갈 시골 일기 35 - 일상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 8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시작은, 그동안 별러 왔던 보배 이발!

참 이상도 하지, 아픈 것도 아닌데 애들 치고 온순하게 앉아서 가위질을 잘 참아내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다.

보배는 올해 초, 친정에 갔을 때 (만 2세), 처음으로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잘랐는데,

내가 보배를 무릎에 앉히고, 나도 보배도 같이 가운을 두르고, 신랑은 보배 앞에서 뽀로로를 틀어 눈높이에 갖다 대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는데도, 울어대는 통에 3분 만에 커트 마무리!

당분간 미장원은 안 되고, 그냥 집에서 잘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해서 3개월 전 즈음에 신랑이 처음 시도를 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척 싫어하긴 하는데, 그래도 눈을 꼭 감고 (현실을 외면하려는 듯, "지금 나는 여기에 없다. 여기에 없다. I'm at my happy place, at my happy place..."라는 듯한 얼굴로, 가끔씩 진저리를 치면서) 참기는 한다. 이발 후엔, 가만히 잘 있었다는 데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조금씩 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문 앞에 의자를 놓고, 보배 착석.

나는 루이지냐를 아기띠에 안고, 콩순이를 튼 핸드폰을 들고 보배 눈높이에 서서 보여주기.

신랑은 이발 담당.

지난번에 비해 훨씬 더 수월했다. 성공적인 이발 후에는, 이발을 자축하며 신랑과 나, 보배가 아이스크림 콘 한 개를 같이 나눠먹었다.



20190804_112416.jpg
20190804_121757.jpg



알비토 일상은, 항상 같은 듯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매일 새로운 행동과 말로 끊임없이 나와 신랑을 놀라고 웃게 하는 아기들에, 사진 찍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만,

어떤 순간은

"아, 이거 사진 찍어놓고 싶은데"

라는 생각보단,

"아, 사진으로 남기기엔 그냥 너무 완벽한 순간이야"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면 물론 달리 생각할 수 있다. 사진을 못 찍어서 그런지도...)

휴일 중 일요일 아침, 알비토 집 정원, 우리 가족의 한 때가 그런 때.


이발의 불쾌한 경험은 언제였냐는듯이, 아이스크림을 입 주위에 잔뜩 묻힌 채, 싱글벙글하며 혼자 뭐라고 종알종알 대는 보배가 우리 주위를 뛰어다니고,

선베드 2개를 붙여서 나와 신랑은 누워있고,

우리 사이에 누운 루이지냐는 기분이 좋은지 침을 흘려가며 옹알옹알,

바둥바둥하면서 뒤집기 하려는 루이지냐와 아이스크림 묻히고 뛰어다니는 보배를 보면서 웃는 우리.

를 보면, 와, 사진 찍어놓고 싶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만다.

카메라 들고 찍기가 귀챦다.

사진 찍느라 의식하느라고 이 순간을 굳이 중지하고 싶지 않다.

아주 행복하고 충만하지만, 흔한 표현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굳이 시간이 멈추지 않고, 이대로 흘러가더라도, 이런 순간들이 쌓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게으른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