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37 - 일상, 언어, 육아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8
...는 모든 것이 그렇듯, 상대적이다.
내 아이가 크는 속도는 더딘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아이는 언제 이렇게 빨리 컸나 싶다.
그런데 또 더디게만 흐르는 것 같은 내 아이의 성장 속도가 사실은 그렇지도 않음을,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문득문득 깨닫는다.
하루하루는 길고 더딘 것 같다가, 월말 연말이 되면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은 것과 비슷하다. 이럴 땐 시간이 꼭, 주욱 늘어날 때까지 당겼다가 퉁~하고 손가락을 놓아버린 고무줄처럼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부쩍 말이 는 보배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작년 알비토에선 거의 단어 중심으로만 옹알대던 보배가, 제법 사람처럼?! 말을 하기 시작한 것!
사진 찍을 때 "김치"라고 한다던가,
(포르투갈 가족에게 김치의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한국 사람들은 무려 전용 냉장고를 만들어 보관한다고 들었던 김치는, 심지어 조그만 아가들이 사진 찍을 때도 말하다니!)
혼자 막 뛰어다니다가 가족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와서, 뜬금없이 "어, 여기 모두들 모였네"라고 한다던가,
"엄마, 우리 저기 가요. 흙 놀이해요. 너도 이거 같이 해 볼래?"라든가.
(존댓말은 역시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포르투갈에 와 있는데도, 아빠 말보다는 한국말이 더 능숙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한국말은 엄마랑 밖에 쓰질 않는데, 응용력은 더 느는 느낌.
포어 단어는 많이 늘었는데, 한국어 문장에 포어 단어를 넣어서 쓴다.
"오베야 메메 보러 가요"
(ovelha 여성명사. 양)
"갈루 맘마 먹어요"
(galo 남성 명사. 닭)
"어, 저기 루아! 루아가 있어"
(lua 여성명사. 달)
등등.
전혀 위화감 없이 두 언어를 자기 마음대로 붙였다 떼었다 하는 아이의 말이 재미있고도, 신통하고도, 경이롭다.
오후 낮잠 후에, 신랑의 오랜 친구 부부가 잠시 방문했다.
꼬마 때부터 서로 알았던 동네 친구라고.
신랑이 늦깎이로 (게다가 웬 한국인?! 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진작에 꼭 보고 싶었다고.
오늘 드디어 시간이 맞아서 잠깐 방문을 했는데, 유쾌한 사람들이다.
신랑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재미있단다.
"알베르토, 정말 좋은 선택을 한 거야."라며 웃는다.
본인들은 22살, 17살의 아들 둘이 있는데, 어제 둘째 아들이 처음으로 여자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왔단다.
기저귀 차는 아이 둘의 우리에게는 꿈같은 이야기. 아들 둘은 이제 부모들과는 안 다니려고 한다며, 우리 때가 좋은 때란다. 아, 뭔 얘긴지 머리로는 충분히 알겠는데...
아하하하하하!
와 닿지는 않는다. 모든 부모들이 다 이런 과정을 비슷하게 따라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