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38 - 일상, 해외 생활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8
무려 6번째 방문 만에 동사무소에서 루이지냐 출생 신고 완료!
너무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포르투갈에서, 마음에 안 드는 단연 1번 - 부~~~로크라시!
(*포어로 관료주의는 부로크라시아 burocracia.
이 단어의 앞자리를 살짝 바꿔 부로~~크라시아 burrocracia - r이 2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혀를 떨어주는 소리가 난다-라고, 포르투갈인들은 비꼬듯 말한다. burro는 나귀라는 뜻, 나아가 우둔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는 뜻이 있다. *** 나귀 미안*** 그만큼 꽉 막히고 느리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라는 뜻으로 하는 말!)
어느 나라나 공공 부분 특유의 경직성과, 사적 영역 대비 효율성과 속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포르투갈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웬만한 외국인과 포르투갈 현지인 공통의 의견!
게다가 모두들 휴가를 떠나는 7, 8월에는 더더욱 심하다는 것이 신랑의 말.
이전에 우리 혼인신고, 보배 출생신고, 보배 ID 카드와 여권 신청을 하면서, 나름 "이토록 느린" 속도에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보배의 출생신고와 기타 모든 다른 수속을 해주었던 담당 공무원인 (우리 시댁 바로 맞은편에 사시는 이웃이기도 하다) 올가가 휴가를 떠나 오늘 복귀했는데, 그녀가 없던 지난 2주 동안 출생 신고, ID카드, 여권 아무것도 신청을 못했다.
(* 이곳 절차상, 일단 출생신고가 완료가 되어야 한다. 출생신고가 완료되어야지, 그다음으로 ID카드를 신청하고, 이 ID카드가 발부되어야지 여권을 신청할 수 있다)
아무튼 올가 말고 다른 직원분은,
자기는 해외에서 태어난 포르투갈 국적 아기에 대한 출생신고 절차를 해 본 적이 없다며 절차를 모른다나! 아니, 포르투갈 사람들 중에 해외에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이런저런 것을 떠나, 분명 보배 때도 똑같이 한국병원에서 영문으로 발부받은 출생증명서를 내고 절차를 진행했는데 (그러니 보배가 등록되어있지!), 자기는 포어가 아닌 영어로 된 증명서 처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아니, 정말... ㅠ.ㅠ
무례하거나 불친절하면 모르겠지만, 또 얼마나 웃으면서 친절하게 미안하다고, 잘 모른다고, 일단 동료가 돌아와 봐야지 알겠다고 하는데 화를 낼 수도 없고...
아이고야.
신랑이 상사에게 물어봐라, 이전 서류를 찾아서 해달라 해도, 미적지근이니.
하여간 오늘 드디어 신랑이 6번째 인가로 다시 동사무소를 갔는데, 자리에 앉아있는 올가를 보는 순간 덥석 껴안고 싶을 만큼 반가웠단다.
올가는 5분 만에 이전 보배의 서류를 찾아, 영문 출생증명서로 된 출생신고를 접수 완료!
그러나 이것을 또 리스본인지 에보라인지 중앙 관리소에 전달해서 등록 완료하는 절차가 또 필요하단다. 그것은 올가의 재량 밖이고, 올가가 등록한 것이 최종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한 달이라고. 8월인 데다가 차주 공무원 파업이 예고되었다나.
아이고야 x 2
이번에 알비토 온 김에 출생신고하고, 그다음에 ID카드 까지는 신청 하고 가려나 했는데, 영 틀렸다.
저녁때 신랑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포르투갈 전체적으로 너무 좋은데, 이런 경우를 겪으면 정말 황당하고 지친다. 아니, 어쩜 외국인도 아닌 자국민의 출생신고 같은 아주 기본적인 절차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단 말이냐. 동사무소 직원이 출생신고 처리 하나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리고 서류도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 나 언젠가 여기 완전 정착하게 되면 온갖 행정적 절차를 감수해야 할 텐데, 진짜 무섭다 등등 이야기를 했더니,
신랑도 이백 프로 공감한단다.
단, 자기는 여기서 태어나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진절머리 나고 지긋지긋하고 실망스러워도, 이미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다고. 그리고 속도가 걸려서 그렇지, 어떻게든 웬만하면 언젠가는? 되게 되어 있으니, 그냥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하는 것이 최선임을 깨달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해 주었다. 게다가,
뭘 이 정도는 약과다, 진짜 최고는 국세청이다, 걔네들은 정말 최고로 비효율에 무능할 수가 없다며, 진짜배기는 국세청을 겪어봐야 안다는,
위로인지 팩폭인지 뭔지 모를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쨌거나 미치고 팔짝 뛰게 스트레스를 받아봐야 뭐하나,
이미 신청하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데...
(포르투갈 마인드...)
... 저녁을 맛있게 먹기로 했다.
신랑이 시금치 오믈렛을 하고, 올리브 절임에, 새로 사 온 햄에, 새로 사 온 치즈에 와인을 한 병 따서 먹으니깐, 또 서서히 몸과 마음이 풀어진다. 늦은 저녁을 먹고는, 둘이 소파에서 꾸벅 잠깐 졸다가 음악을 같이 들었다.
아, 와인과 좋은 음식,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가 있어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