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39 - 일상, 물건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8
오후에 시어머니께서 조그만 피규어 인형들로 가득 찬 박스를 개봉하셨다.
신랑과 신랑의 형제들, 그러니깐 보배의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와 삼촌들부터, 그 아래 세대인 보배의 사촌 누나와 형들까지 가지고 놀던 피규어라고. 키 5cm 정도의 스머프들이 제법 많고, 잘 모르는 만화 캐릭터도 많다.
보배는 새 장난감에 신이 났다. 게다가 요즘 들어 부쩍 말을 종알종알 잘해서 그런가, 인형들을 세워놓고 나름 혼자서 일인다역으로 말을 하면서 논다.
옆에서 루이스가 보배 노는 걸 보더니 웃으면서, "요거, 저거, 이거는 내가 가지고 놀던 인형이네"란다.
루이스와 알렉산더의 나이가 사십 대 후반, 신랑의 조카이자 보배의 사촌누나들은 십 대 후반이다.
정말이지 대를 거쳐 내려오는 장난감!
보배 사촌누나들도, "어머, 이거 봐, 이건 내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건데" 하면서 웃는다.
신랑도 신이 났다. 얘는 이름이 뭐고, 얘랑 얘는 서로 사이가 안 좋고, 여기 얘네들은 카우보이 영화 놀이를 할 때 가지고 놀던 것들이다 등등, 추억담이 주르르 나온다.
보배가 가지고 놀라고 시어머니께서 내어 놓으시는 장난감들은 척 봐도 무척 오래된 것들이다. 손때가 묻은 것뿐만 아니다. 상태가 깨끗하고 괜찮아도 장난감의 스타일 자체가 오래되어 보이는 것들이다. 그게 그러니깐 다 3~40년 동안 모이고, 세대 물림을 한 장난감이란 얘기!
인형부터 시작해서, 장난감 차, 소꿉놀이 세트, 나무 블록, 손수레 등, 라면박스만 한 박스로 4~5박스가 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적절히 한 번에 하나씩 개봉을 하신다.
이 곳 알비토에서 보배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물장난과 흙장난. 하지만 새로운 놀 거리에 흥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가 지면 밖에서 흙장난과 물장난을 못하니, 집에 들어와서 인형이며 자동차, 블록을 몽땅 쏟아놓고 신나게 논다.
대를 이어 몇십 년 한 집에 오래 살면 온갖 잡동사니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
하지만 대를 이어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절약도 하고, 같이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사실.
보배도 족히 5년은 더 놀 것이고, 루이지냐는 그 보다 더 놀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이 장난감들이 어떻게 될까?
시부모님 댁이나 우리 집 창고 귀퉁이 박스에 얌전히 담겨있다가, 30년 즈음 후에, 보배나 루이지냐가 자기들의 아이를 데리고 오게 된다면 다시 빛을 보게 될까? 그리고 보배는
"야, 이거 내가 여기서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건데... 할머니가 꺼내 주셨었지"
하고 아이들에게 꺼내 주며, 아련하게 지금 이때를 기억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