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집의 올리씨

생기 세계의 아이들 08

by 마싸

주로 아이들과 놀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을 조금씩 이어 붙였습니다. 그러다 보면 희한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들은 소소한 이야깃거리나, 뉴스에서 보는 현실의 이야깃거리들도 같이 달라붙었습니다. 이야기들이 점점 더 머릿속에서 살아났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소위 '저 세상' 존재들은 왜 우리 옆에 있으려고 하는 걸까?'와 같은 단순한 질문에서 가지치기를 한 머릿속 상상은 자꾸 커져서, 나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두리뭉실 덩어리였는데, 자꾸 이런저런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그 모양새들끼리 이야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모험도 하다 보니,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한 번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첫째가 8년 후쯤에는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꼬리표를 붙이자면 '아동 판타지 소설'이 되겠지만, 엄마인 어른의 입장에서 던져보고 싶은 현실의 문제들, 어른의 문제들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보비와 아마님은 사이좋게 같이 집을 나섰다.

“자전거는 아직 저기 그대로 있어요. 아직 쉬나 봐요.”

“그런가 보구나. 보비야, 그 집에서 일어난 일 말이야... 비명 소리를 들었다고 했지?”

“네, 펑하는 소리가 난 다음에요. 그리고 꺄악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무슨 폭발 같은 게 있어서 사람들이 놀란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여자였니, 남자였니? 비명 소리가 말이야.”
“여러 사람들 소리였어요. 음... 확실히 한 명의 소리는 아니고, 웅성웅성하는 듯한 여러 명의 소리요. 단체로 똑같이 비명을 지른 건 아니었지만... 왜, 영화나 뉴스에서 폭발 같은 게 있으면,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잖아요. 그런 느낌의 소리였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부서지거나 터진 게 없고,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여서, 전 제가 잘못 들은 건가 하고 생각했어요.”

“아니야, 보비야. 네가 잘못 들은 것도 아니고, 또 그 집에서 난 소리가 맞단다. 비슷한 것을 본 사람들이 몇 있지. 다 네가 한 이야기와 비슷했어. 펑 소리와 비명소리들, 그리고 불빛.

그리고 캅투씨의 반응이 너무 수상해. 아, 캅투 씨는 그 집의 관리자야. 아까 그 집은 역이라고 했잖니. 그런 역으로 쓰이는 건물과 역 사이의 이동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이 있단다. 여기 사람들 몇 명이 기차를 타러 갔을 때 한 번 그런 소리를 들었거든. 그랬더니 캅투 씨가 무척 당황해하면서,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고 했어. 곧이어 내려오더니, 전기 배선이 어쩌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더라는 거야. 그래서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뿐만이 아니야. 최근에 마을 생기 탱크에도 사고가 몇 번 있었어.”

“생기 탱크요?”

“그래, 뭐랄까 일종의 공동우물 같은 거란다. 커다란 탱크 안에 생기가 들어 있어. 보통 한마을에 있는 영혼들이 3~4일 정도 섭취하기에 충분한 생기가 항상 채워져 있지.”

“어... 그런데 그건 누가 채워 놓는 건데요?”

“우리 마을은 2개 회사가 번갈아 가면서 채워 놓는단다.”

다소 어리둥절해 보이는 보비의 얼굴을 보며 아마님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내가 제대로 설명을 못 했구나. 음, 어디 보자... 보비야, 내가 이전에 얘기했던 것 기억나니? 우리가 옛날엔 그냥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같이 머물면서 생기를 흡수했었다고. 그러다가 경쟁이 심해졌다고 말이야. 그때 즈음에 생기를 채집하고 보관하고 운반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네, 기억나요. 그래서 누가 생기를 채집하고 나눌 것인가로 많이 충돌이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맞아. 많은 토론과 싸움과 화해와 다시 싸움, 토론, 또다시 화해가 되풀이되었지.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정이 좀 되었단다. 지금은 생기를 채집하는 전문 채집꾼들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활동할 수 없고, 회사를 만들어서만 활동할 수 있단다. 그리고 이 회사는 생기를 채집해서, 마을의 공동 탱크에 떨어지지 않게 채워 놓지. 그리고 그 생기 탱크는 마을 주민 누구나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단다.

그럼 당연히 궁금하겠지, 이 회사들은 공짜로 일을 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야. 이들에게는 여분의 생기를 팔고 거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이게 그들의 이익이 되는 셈이란다.”

“그런데... 왜 공짜로 생기 탱크를 채우는 거예요?”

“그건 우리 모두에 대해 회사가 지불하는 대가인 셈이야. 우리 모두는 생기가 필요하고, 생기를 얻기 위해 사람들 곁에 머물러야 해. 하지만 생기를 흡수할 수 있다면, 굳이 그렇게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 머무르지 않아도 되지. 많아진 경쟁자들과 싸우거나 서로를 다치면서 힘들게 생기를 흡수하는 대신, 우리는 여기에서 조용히 머물기로 동의한 거야. 그렇게 되면 허가받은 회사들만 생기를 채집할 수 있으니, 생기 채집은 비교적 평화롭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우리는 힘들게, 때로는 소멸을 무릅쓰며 생기를 섭취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고, 회사는 한결 편안한 환경에서 생기를 골고루 많이 얻을 수 있으니 서로가 좋은 셈이지. 물론 여기에 반기를 드는 자들도 있고, 소소한 문제는 항상 일어난단다. 어쨌든 기본적인 시스템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

“그런데 지난번에 아마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생기도 다 똑같지 않다고요. 아기들의 생기를 다들 제일 좋아하고, 또 싸움하는 사람들의 생기는 잘못 마시면 약간 취한 것 같다고요. 그럼 생기 탱크에는 어떤 생기를 넣는 거예요?”

“정해진 비율이 있단다. 생기 별로 출처(누구한테서 채집했느냐를 말하는 거야)와 감정(환희, 분노, 슬픔, 증오, 행복 등등인데 아주 세부적인 분류까지 되어있어. 하지만 대충은 저런 식으로 대 분류가 된단다), 농도(전체적인 생기의 강렬함이나 순수함 정도를 말하는 거야. 진한 생기는 당연히 우리에게 더 강한 영향을 주지. 하지만 꼭 진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야. 개인마다 취향이나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르거든)에 따라 분류가 되지. 생기 탱크에는 이 기준에 따라 골고루 섞게 되어 있는데, 배합 비율은 회사마다, 또 담당자마다 좀 다르지. 법에서는 최소한과 최대치를 정해놓고 있어.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회사들이 함부로 막 할 수 있거든.

예를 들어, 아기들의 생기나 아이들이 장난치고 놀고 웃을 때 나오는 생기는 꽤 비싸게 팔려서, 회사 입장에선 공동 탱크에 넣는 대신 시장에 내놓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해. 법이 없다면 비싼 생기는 다 회사가 팔고, 그렇게 되면 질이 좋지 않은 생기만 넣으려고 하겠지. 그래서 이런 기준 규제는 꽤 엄격하단다. 만약 회사가 이 규제를 따르지 않고 속인다면, 그 회사의 생기 채집 면허는 취소될 수 있어.”

“그렇군요. 뭐랄까... 상당히... 비슷하네요. 제가 온 곳이랑요.”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 역시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그 특징이 갑자기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단다. 그건 좋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단다. 자, 여기가 올리 씨의 집이야.”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느라, 보비는 아마님이 손짓을 하며 멈춰 섰을 때 조금 놀랐다. 게다가 집과 비슷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아서 보비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그냥 나무와 꽃과 풀들이 흐트러진 숲 가운데 서 있는데, 갑자기 집이라고 하니 대체 어디가 집이라는 걸까라고 보비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런 보비에게 아마님은 웃으며 말했다.

“여기야, 보비야. 이리 오렴.”

아마님은 커다란 나무 둥치 아래를 두들기며 말했다. 보비는 얼른 아마님 옆으로 가서 섰다.

‘뭐야, 이거 문이잖아. 나무랑 똑같은 색이어서 못 봤어. 하지만 정말 문이야. 문고리도 있고, 열쇠 구멍도 있잖아.’

“올리 씨는 나무와 꽃들을 정말 좋아하거든. 그리고 벌을 키우는데, 기왕이면 벌들이 살기 좋은 곳 근처에 딱 있고 싶다고 해서 여기에 집을 만들었단다. 내가 어렸을 때 나무 위에 놀이집을 만들었거든. 할아버지가 도와주셨지. 얼마나 신이 났는지. 하루 종일 나무집에 올라가서 있었지. 아지트가 되었단다. 친구들과 비밀 놀이도 하고 말이야. 올리씨 집을 처음 봤을 때 그 생각이 나더구나. 하지만 올리 씨 집은 훨씬 더 좋단다. 보비 너도 나무 위 놀이집을 만든 적 있니?”

“어... 아니요. 그런데 책에서 읽은 적은 있어요. 톰 소여의 모험에 나와요.”

“아! 맞아, 나도 그 책 너무 좋아한단다.”

라면서 아마님은 한 번 더 문을 두들겼다.
“네 네! 갑니다. 누구세요?”

라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그러더니 덜컥하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의 머리가 불쑥 밖으로 나왔다.

‘와, 창문이야. 창문도 있나 봐. 나무 위에만 집을 지은 게 아니고, 나무 안에도 집을 지은 거네. 다람쥐처럼!’

보비는 아마님을 따라 같이 손을 흔들었다. 머리가 사라지더니 문이 불쑥하고 열렸다. 문 뒤에는 나선형의 계단이 보였다. 아마님과 함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보비는 물었다.

“어, 근데, 아마님은 아무 데나 가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벽도 통과하고 하늘도 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하하하하. 맞아. 그런데 대체 왜 문을 두드리고 계단으로 올라가느냐를 묻고 싶은 거로구나.

보비야, 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해도 된다는 것은 좀 다르단다. 우리는 몸이 없으니 아무 곳이나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그게 곧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야. 여기는 일단 올리 씨의 집이니 올리 씨에게 허락을 맡고 들어와야지. 그렇지 않겠니? 갑자기 올리 씨네 벽으로 쑥 들어간다면 올리 씨가 얼마나 당황하겠니. 나 역시 마찬가지야. 누가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면 당황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 이 문들은 다 올리 씨의 창고와 작업실, 손님방들이란다.”

아마님은 계단 중간중간에 나 있는 문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였다. 문마다 재미난 표정의 동물들 얼굴 그림이 붙어 있어서 보비는 저도 모르게 씩 웃음이 나왔다. 나선형 계단을 2층 올라가고 나니, 탁 트인 방이 나왔다. 와하고 저도 모르게 보비는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나무속에 들어온 것이 바로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바닥도 나무, 천장과 벽도 모두 나무, 눈에 보이는 모든 가구도 다 나무였다. 바닥은 다듬은 마루였지만, 천장과 벽은 원래의 나무를 그대로 다듬은 티가 났다. 다소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 틈에 자라는 이끼며 풀들도 드문드문 나 있었다.

“와, 정말 나무집이쟎아요!”

라고 외치는 보비에게 아마님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멋지지? 나도 처음 여기 왔을 때 무척 감탄했어. 지금도 그렇지만.

벽이랑 천장을 봐. 매끈하게 네모 모양으로 일부러 만든 게 아니야. 나무 안을 살살 파서 공간을 만든 거지. 올리 씨는 이 나무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여기에 집을 만든 거래. 나무한테 미리 물어보고, 매일 조금씩 파서 집을 만들면서 매일 나무의 기분을 살피고 나무가 괜찮은지 귀담아들었다는구나. 아, 물론 올리 씨가 무슨 초능력이 있다거나 나무와 실제로 대화를 했다는 건 아니야. 적어도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말을 주고받은 건 아니지. 하지만 올리 씨처럼 조심스럽게 진심으로 말을 건네고 만져주고 자세히 보고 돌봐주면 알 수 있단다, 나무가 어떻게 느끼는지.”

“이 녀석은 최고로 행복한 나무라고! 물론 나도 덕분에 행복하고!”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올리 씨가 들어왔다. 올리 씨에 대한 보비의 첫인상은 ‘젊은 산타클로스’였다. 40대 정도의 커다란 키에 커다란 배, 불그스름한 얼굴, 반짝이는 눈과 항상 미소가 어려있는 듯한 입매에 코에 걸친 안경까지, 산타클로스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 똑같았다. 다만 풍성한 하얀 수염 대신, 중간중간 살짝 흰색이 섞인 짙은 갈색의 수염이 난 것은 달랐다.

“그래, 네가 보비로구나. 우리 이웃한테 네 얘기를 들었지. 어때? 우리 집이 마음에 드니? 이 녀석은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나무거든. 나랑 오랫동안 같이 지내고 있단다.”

“네, 정말 정말 멋져요! 전 나무집이 처음이거든요. 진짜 최고인 거 같아요.”

눈을 반짝이며 보비는 말했다.

올리 씨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보비 네가 보는 눈이 있구나. 여기 있는 의자, 침대, 식탁, 책상 모든 가구도 이 나무에서 나온 거란다. 태풍이 왔을 때 꺾어진 가지와 둥치들로 내가 만들었지. 이 계단 좀 보렴. 여기로 올라가면 2층이란다. 2층으로 올라가면 베란다가 있지. 베란다에선 나무 위로 올라가 볼 수 있단다. 지금 거기서 내려오는 길이야. 꿀을 좀 따려고 말이야. 나무도 벌과 새들이 있는 것을 좋아한단다. 아, 물론 나무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야. 이 나무는 아주 사교적인 나무거든.”

올리 씨는 윙크를 하면서 말했다.

“아, 그거 파이죠? 오늘은 뭔가요? 이야, 마침 딱 달달한 게 먹고 싶었던 참인데. 타이밍이 아주 좋은데요!”

아마님과 보비는 미소를 지었다. 올리 씨는 잘 웃는 사람이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웃음을 전염시키는 것 같았다.

셋은 베란다에서 파이를 먹기로 했다. 올리 씨네 집 2층과 연결된 베란다는 전망이 기가 막혔다. 나뭇잎들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베란다 앞으로는 뻗은 가지가 없어서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었다. 새소리와 붕붕거리는 벌 소리가 가까이서 들리고, 향긋한 꽃 냄새도 났다. 정말 기분 좋은 장소라고 보비는 생각했다. 셋은 파이와 올리 씨가 준비한 레몬 꿀차를 먹었다.

“보비, 너는 좀 전에 우리 집에서 먹은 파이인데. 괜찮겠니? 단 걸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니?”

“네, 한 조각만 더 먹으려고요. 너무 맛있어요.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소화 다 되었거든요.”

보비는 조금 빨개진 얼굴로 대답하며 파이 조각으로 손을 가져갔다. 올리 씨와 아마님은 날씨 이야기, 올리 씨가 기르는 벌 이야기, 아마님의 미술 수업 이야기를 활발하게 주고받았다. 셋이 파이를 거의 다 먹었을 때 (올리 씨가 거의 다 먹었다), 아마님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말이에요, 보비가 오늘 역 건물에서 본 게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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