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도 조심히 해주세요. 막 먹으면 아프니까요.
2020년을 마무리하고, 2021년을 맞이하는 12/31에 어김없이 신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신년 계획이라고 새로운 건 아니고, 2020년에 이루지 못했던 아쉬운 것들과 2021년에는 해내야 될 것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서 노트에 하나하나 적어보았습니다.
작년에는 모두 이룬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무엇을 계획해 볼까 하고 끄적여보니 작년에 이루지 못했던 것들의 연장선이 아직 남아 있더라요.
올 한 해는 이것만 다 이루어도 정말 뿌듯할 것 같습니다.
올 한 해의 목표를 바라보니 작년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얼마나 더 노력해야 목표한 바에 도달할 수 있을지 순간 까마득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항상 나의 노력은 나 스스로가 아닌, 친구나 부모님 또는 외부에 의해 평가가 되어 왔더라고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가 쏟지 않은 노력에 대해 '칭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 계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더라고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는 종종 저에게 원피스를 입혀 학교를 보내시곤 하셨어요. 전 당시 얌전하고 조용한 이미지로 선생님께 인식되었는데, 종종 저를 '공주'라고 부르시면서 다른 학생들과 달리 약간의 차이 아닌 차이를 두시더라고요. 어린 나이임에도 선생님이 저를 어떠한 사람으로 보는지 알아챘나 봐요.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얌전하고 선생님 말 잘 듣는 이미지로써 학교 생활에 임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치는 시험에서도 곧잘 만점을 받곤 했죠.
그러면서 4학년이 되었을 때,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요.
분명 전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시험을 칠 때마다 제가 1등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축하를 해주는데 너무 이상했어요. 소위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친구들이 부럽게 쳐다보며 '역시'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줄곧 공부를 '열심히'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부모님께도 고민을 털어놓았죠.
시험지의 문제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는데,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것이 이상하다고, 이러다가 갑자기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라고요.
시험을 칠 때도 불안했고, 점수가 공개될 때도 불안했어요. 특히 반 친구들 앞에서 저에게 또 칭찬을 할까 봐도 불안했어요.
그래서 이 요상한 불안함을 깨트리기 위해 시험기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았어요. 하교 후에 집에서도 일절 교과서를 보지 않았고,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않았어요. 그 행위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점수가 내려가더라고요. (공부 안 하니까 당연한 건데.....)
그때부터 이상하게 저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가해진 칭찬들이 저에게는 정말 '독'같은 느낌이었어요.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은 저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칭찬'앞에서 떳떳할 수 없었어요. 빈수레가 요란하듯 저의 비어있는 무언가를 들킬까 봐 불안한 느낌뿐이었으니까요. 아마 이때의 '칭찬'이 저에게 '노력'의 가치를 충분히 배우지 못하게 방해했던 요인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 줄곧 전 '칭찬'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칭찬'을 해도 오히려 고깝게 듣곤 했죠. 무얼 알고 나에게 '칭찬'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오히려 상대방을 더 경계하곤 했죠.
그러다 대학교를 거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제 능력을 민낯으로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에 처해버렸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임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노력'에 합당한 칭찬과 진실된 '인정'이 따라오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저 스스로도 저의 '노력'에 대해 인정해줄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스스로 떳떳해 지기 위해, 제 노력에 합당한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 2021년에도 어김없이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조금 더 스스로를 인정하고 칭찬해줄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도 2021년에는 큰 칭찬과 큰 인정받는 한 해가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