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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Lee Jan 28. 2021

운세로 시작해서 위로로 마무리되는 정신 상담

신내림이란 정말 존재할까?

2021년, 어김없이 새해가 되어 신년운세를 보았습니다.


처음으로 신년운세를 보기 시작한 건, 갓 서울에 올라왔을 때였어요. 겨울바람 때문에 물도 땅도 모두 얼어있던 1월이었는데, 설날을 맞이하여 겸사겸사 타로점을 보았었어요.

그때의 운세는 하나도 맞는게 없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이를 기점으로 매해 '나만의 의식'처럼 신년이 되면 신년운세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재미 삼아 보는 정도였기 때문에 한번 듣고는 다 잊어먹었어요.


그러다 최근 친구가 '신점'을 봐주는 곳이 있는데 용하다면서 추천을 해주었어요.


'신점'은 '사주'와 어떤 점이 다를까.

2021년에는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라는 소소한 생각들과 함께 점집에 도착했습니다.


유명하다는 집답게 예약자가 끝이 없었어요. 예약자석에 앉아서 끝나기만을 기다렸죠.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고, 무당(?) 분께서 '이름'과 '생년월일'을 물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제 어머니 성함도 물어보셨어요.

그러곤 부채를 휘리리릭 피더니 종을 흔들며 무언갈 읊조리셨죠.


순간 무섭다라기 보다 흥미로워졌어요.

읊조림의 효과는 무엇일까.

신에게 말을 거는 행위인가. 아니면 보여주기 식 행위인가. 등등


신기한 눈빛으로 무당님을 관찰하고 있는 와중에 종을 탁 내려놓으시더니 깃발 네 개를 집으시더라고요. 그러곤 '두 개만 골라보세요.' 라고 하셨어요.

 

깃발은 TV 프로그램인 '물어보살'에 나오는 거랑 똑같이 생겼더라고요.

물어보살 깃발점

전 아무거나 두 개를 골랐어요.


무당님이 깃발과 종이에 적힌 제 이름을 보시곤 피식 웃으시며 말씀하시길

'충분히 알아서 잘하고 계시네요. 딱히 봐드릴 게 없어요.' 라고 첫마디를 꺼내셨어요.


이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신점을 봐주기 시작하셨죠.


신점은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어요.

이야기는 점점 고조되었고,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큰 위로가 되었죠.

그 한마디 한마디가 허무맹랑하지 않게 와닿았던 건, 제가 실제로 들어왔던 말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살아오면서 놓쳤던 부분들도 조곤조곤 짚어주셨어요.

흡사 선생님으로부터 고견을 구하는 느낌이 들었죠.


'제 말이 얼마나 와 닿냐는 건 나은님만 아실 거예요.'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신점이 끝났어요.


점집에서 큰 위로와 공감을 얻다니, 카운슬러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마침 연애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생이 있기에 또 좋은건 공유해야되니까 제가 보았던 점집으로 데리고 갔죠.


연애 때문에 갔던 동생은 인생 전반을 꿰뚫어 보는 무당님에 놀랐고, 이 느낌을 곱씹고자 함께 카페로 향했죠.

카페에 앉아 무당님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이야기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소름이더라고요.

정말 '신' 이란 게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의 주제가 저로 바뀌었어요.

제 고민을 털어놓으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연애 때문에 전전긍긍했던 동생이 예상치도 못하게 너무도 의젓하게 이야기를 듣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집중하며 경청하고, 또 기분 나쁘지 않게 적절히 농담을 섞어가며 해결책을 제시해주는데 방금까지도 꽤 어린 동생 같던 친구가 정말 어른스럽게 보였고 믿음직스러웠어요.


어쩌면 저나 동생에게 필요했던 건 신년운세나 연애운 따위가 아니라 '진정한 경청과 공감'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점집을 찾아가는 수많은 사람들도 주변에서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공감해줄 사람이 없어서이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점집에서 이야기 하기를,

신년운세는 입춘 혹은 설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요.

그 기준이라면 2020년도 곧 얼마 안 남았네요!


새해에는 마음의 크기를 더 넓고 깊게 가져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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