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 Lee Feb 02. 2021

말의 품격, 우리 조금은 친절해질까요?

사실 가끔은 닥X를 외치고 싶을 때가 있다.

전자책이 활성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전 종이로 만들어진 책에 손이 더 자주 갑니다.

종이책으로만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편안해지는, 차분해지는, 안전한, 독립된 그런 느낌들 때문이죠.


그럼에도 전자책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가벼이 읽을 주제들은 전자책을, 묵히고 묵혀 천천히 음미하는 책은 종이책을 선호합니다. 그런 만큼 종이책은 유달리 애정이 가요. 책을 읽을 때 최대한 깔끔하게 읽으려고도 하고요.


(깔끔하게 읽은 책은 중고 거래에서도 인기 만점이거든요.)


아끼는 책 중에서, 이기주 작가님의 '말의 품격'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언어의 온도' 이후에 출판된 책인데, 전 '말의 품격'을 읽고 '언어의 온도'를 읽었어요. '말의 품격'은 '언어의 온도'의 확장판 느낌이더라고요.


우선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제목'이었어요.

'말의 품격'이라고 하기에 무언가 고급져 보이는, 그러니까 세련된 중년의 (예를 들면 에릭남 아버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더라고요.


두 번째 이유는 책 뒤에 짤막하게 소개된 '본문 내용'이었어요.

어떤 내용이냐면,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


이에요.


'말'을 대하는 작가님의 관점이 너무도 신선했죠.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을 다 쏟는 느낌. 이 느낌에 반해서 18년도 즈음에 구매했고, 아직까지도 고이고이 꺼내보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오랜만에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최근에 제가 뱉은 말들에 대해, 그리고 들려오는 말들에 대해 되돌아보기 위함이죠.


책은 서문에 이어 총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어요.


"이청득심,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 된다."
"과언무환,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언위심성,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대언담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


각 파트는 또 각각 6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존중, 경청, 공감, 반응, 협상, 겸상, 침묵, 간결, 긍정, 둔감, 시선, 뒷말, 인향, 언행, 본질 등등


그 중에서 제가 어릴 때, 정글 같은 초중학교를 거치며 체득한 지혜가 '뒷말' 파트와 일맥상통하더라고요.


 어릴 적에는 친구들끼리 그렇게 무리 지어 다녔어요.

이 중에서 분명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사춘기에 경쟁심이 생기다 보니 시기, 질투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작은 '뒷담화'로 대서사가 시작되죠.


그 끝이 좋았던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뒷담화'는 결국 돌고 돌아 본인에게 돌아 가더라고요. 그러면서 모두들 등을 돌리게 되죠.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말에도 경중이 있으며, 옮겨야 될 말, 옮기지 말아야 될 말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또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말의 품격'에는 동일한 내용을 더 정갈한 언어로 설명해요.

말의 귀소 본능, 말의 품격 중

그러면서 덧붙여 말하죠.

이러한 행위는 상대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 받고 싶은데 현실은 그러하질 못하니 상대방을 격하시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라고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술안주로 숱하게 씹었던 전남친들, 너무도 쉽게 입에 올린 남에 대한 불평과 불만들, 일말의 공감을 얻기 위해 던진 농담을 가장한 험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어릴 때 깨우쳤던 그 삶의 태도를 어른이 되어서는 아예 잊고 살았더라고요. 


(어쩌면 나도 할 테니, 너도 해라 라는 마인드가 깔려 있었던 것 같아요. 소위 배 째라 마인드인데, 학교는 폐쇄적이지만 사회는 그러하지 않으니, 그리고 남에 대한 신경을 더욱 끄고 살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함께 꺼졌나 봐요.)


이럴 때 보면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한참은 멀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왜 생겨났는지 여실히 느끼게 돼요.

반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혀'가 칼보다도 무서울 수 있구나라는 것도 배우게 되고요.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내뱉은 수많은 말들을 거두어들이려면 아마 곱절은 더 날카롭게 받아야 할 것 같네요. 앞으로는 말을 조금 더 귀하고 품격 있게 사용해야겠어요.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그리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
-말의 품격 중-
작가의 이전글 운세로 시작해서 위로로 마무리되는 정신 상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