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싹싹 비우는 밥돌이가 밥을 안 먹는다. 아침에 속이 불편한지 안 먹을 때가 있어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산책 다녀오고 배변하면 진정될 줄로 알고 일단 데리고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다. 밥돌이가 리드줄에 끌려 마지 못 해 따라온다. 잇몸을 들춰보니 어디가 잇몸이고 어디가 이빨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창백한 상태였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진료를 예약하려고 병원에 전화를 했다. 지금 오실 수 있으면 오란다. 아기를 둘러업고 개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둘 다 데리고 움직일 수 있는데 아기 핑계 대지 말걸..
일단 빈혈 처치는 했고, 원인을 찾기로 했다. 아이를 맡기고 집으로 왔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복강 내 출혈 때문이다. 간에 큰 종괴가 보이는데 그게 터지면서 출혈이 생겼다. 일단 CT를 찍는 게 좋을 것 같다. 내일이라도, 아니 오늘 오후에라도 찍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수의사는 말했다. CT를 찍어서 수술이 가능한지 정확히 봐야 할 것 같고, 수술이 어렵다면 보존적 치료로.. 수술이 안 될 경우를 반복적으로 덧붙인다. 의사들의 화법인 건가? 이상하다.
보호자로서 느낌이 있다. 확진이 아니어도, 정확히 말씀해 주시지 않아도 좋다. 지금 혹의 위치나 상태가 어떤 거냐고 물었다. 수의사는 썩 좋지 않다고 했다. 간에만 최소 3개가 보이고 위치도 넓다.
2차로 가서 아이를 들여보내고 근처 카페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수화기 너머 수의사는 말했다. 장간막 전이가 되었다고, 간뿐만 아니라 신장 주변으로도 보이고 비장에도 있으리라 추측하고 심장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 콕 집어서 말씀하신 그 장기들에 생기는 종양을 부르는 이름이 있나요? 백혈병처럼 명칭 같은 거요.
물어야 할 것 같아서 던진 질문에 혈관육종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 하필 그 고약한 게 흰둥이한테 생겼다고요?
남편은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했다.
상담실에서. 말 끝마다 '문제는~'이란다. 목소리에 명랑함을 숨기지 못 한채. 이래 봬도 스피치 전문가로서 다른 사람들의 말버릇에 너그러운데 속으로 뭐가 그렇게 문제냐고 외쳤다. 빠르게 커지고 터지고, 큰 것만 몇 개고 작은 건 다발성이라고. 마취도 위험해서 CT도, 수술도 불가하다. 의미가 없다. 로컬과 2차 모두 사이좋게 입을 맞춘 듯 길어야 1개월이라고 했다. 길게 봐야 1개월이라고. 흰둥이는 아직 10살도 안 됐다..
전이된 상태면 손 쓸 수 없다는 의미라는데 왜 손을 쓸 수 없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혈복은 말기암의 증상이라는데 그게 왜 말기암 증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게 뭐라고..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나다.
그렇게 호스피스 케어를 시작했다.
18일째 되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