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떠올려 보면 억울한 상황이었다. 이해받지 못해서 답답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상대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서운하다는 상대에게 맞춰주려고 내 입장을 요목조목 이야기하지 못 한 당시 상황을 후회했고, 자꾸 그때를 곱씹었다. 온 힘을 다했다.
이때 썼던 힘은 소모적이었다. 분노를 내뿜고 나면, 기분은 기분대로 나쁘고, 공허했다. '내가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나도 입장이 있다고 외치는 나 자신이 짠했다. 이 쳇바퀴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돌고 나면 나에게 떨어지는 건 뭘까? 미운 감정의 실체 찾기에 집중했다.
'거리를 둬야겠구나.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겠어.' 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선을 긋고 집중할 거리를 찾았다. 뭔가를 배우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새로운 걸 시작했다. 시공간에 여유가 생기니까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상대가 이해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나만큼이나 자신의 입장이 있었고, 그 역할에 충실했을 것이다.
관계에 힘을 빼기 시작했을 때 홀가분해졌다.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힘을 빼는 방법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제야 나는 미움이라는 감정의 영향권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미움이 가셨다. 마법이 풀린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미운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