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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Sep 08. 2023

그렇다면 쉬어갈 때입니다


그럴 거면 그만두지 그랬나요?


어떤 사람들은 말하지만 어쩌면 그는 그만둔다는 선택지를 떠올릴 여력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나 역시 내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는 잊은 채 주어진 일을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병들어갔다.



'이렇게 부족하고 어리숙한 인간이었나'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닌데'


2가지 생각이 부딪히면서 혼란스러웠다.



돌아보면 나는 구멍이 뻥뻥 뚫린, 자기효능감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 나아지려고 신경을 곤두세운 채 노력하면서도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감정들이 가라앉으면서 무력감만 남았다.



마음의 소리를 놓치니까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저렸다.

다발성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업무 연락을 확인하다가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핸드폰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나는 큰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단호하게 결심했던 이유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내 손이 보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이라 이후로도 수없이 고민을 반복했지만, 멈추기에 적절한 타이밍을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다.




잠깐 쉬어가도 괜찮다


누구 때문에 일을 그만두면 100% 후회한다지만, 때로는 후회를 안 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게 있다.



내가 나로서 온전한 것



더 이상 노력할 힘도 의지도 없고

상황이 바뀔 거라는 희망은 더더욱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는 갈 것이냐 멈출 것이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 어떤 상황에서 몸이 반응하는지

-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남아 있는지

- 내 마음은 어떤지

-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헤아리면 스스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누구보다 전환점이 간절한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미래도, 생계도, 가족도

지금의 내가 안전감을 느껴야 의미가 있다. 근성이 부족해서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비겁하게 양보하는 것도 아니다. 겁쟁이라서 물러나는 것도 아니다.



뉴스를 보면서 마음 아플 때가 많은 요즘

온전한 당신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Image by Michael Schwarzenberg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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