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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Nov 02. 2023

혼자 남겨지기를 바랄 때가 있다

모든 게 부질 없어서, 위로를 받는 것도 힘겨워서 혼자 남겨지기를 바랄 때가 있다.



내가 느끼는 슬픔, 고통, 절망 등은 주변으로 결계를 만들고 그 안에 머물렀다. 나는 스스로 고립되기를 원해 외부 세계와 단절을 추구했다. 숨이 막히고 곧 가라앉을 걸 알면서도 빠져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말과 행동, 때로는 존재 자체가 나에게 다가왔다. 위로가 되어 나를 수렁에서 꺼내주었다. 풍성한 위로 속에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전감이 싹트고 나서야 나는 자신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 용기를 내어 마주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지지해
-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도 이해해
-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를 응원해
- 감정 기복과 불안에서 비롯되는 행동들을 이해해
-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하는 나를 지지해
- 나 자신을 자꾸만 잊는 나를 이해해
- 혼란스러워도 꺾이지 않는 나를 응원해



나에게 찾아온 모든 일은 내가 지고 갈 일이다. 그럼에도 혼자 안고 가기가 보통 일은 아니다.

"도와줄까?" 누군가 다가온다.

"고마워. 그렇지만 괜찮아.", "고마워. 이것만 좀 들어줄래?"


어떤 선택을 하든 상황을 직시하고,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들고 간다. 다른 이의 호의 덕분이다. 버거웠는데 언제부터인가 거뜬하게 여기는 것, 나는 그것을 회복이라고 부르겠다.


우리는 어떤 비통한 상황에서도, 아니 비통한 상황일수록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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