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흙은 씨앗을 품었다
햇살에 눈부시게 깨어나는 초록
개울 따라 흐르던 물새의 울음
모든 것이 사람의 삶을 길렀다
여름이면 들판은 파도처럼 출렁이고
가을이면 황금의 물결이 고개 숙였다
그 속에서 농부의 땀방울은
별빛보다 맑게 반짝였으나
겨울이 오면 빈집과 바람만이
논두렁을 지켰다
도시는 밥상 위의 쌀을 보면서도
흙의 무게를 알지 못한다
곡식의 노래는 시장 어귀에서 멈추고
노인의 지팡이만이
긴 그림자를 끌며 돌아왔다
흙은 여전히 말없이 기다린다
햇살을 삼키며 바람을 품으며
사람의 발자국을 기억한다
나는 안다
기다림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다
흙이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는 날
우리의 삶도 새로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