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1

by 노준성

봄마다 흙은 씨앗을 품었다

햇살에 눈부시게 깨어나는 초록

개울 따라 흐르던 물새의 울음

모든 것이 사람의 삶을 길렀다


여름이면 들판은 파도처럼 출렁이고

가을이면 황금의 물결이 고개 숙였다

그 속에서 농부의 땀방울은

별빛보다 맑게 반짝였으나

겨울이 오면 빈집과 바람만이

논두렁을 지켰다


도시는 밥상 위의 쌀을 보면서도

흙의 무게를 알지 못한다

곡식의 노래는 시장 어귀에서 멈추고

노인의 지팡이만이

긴 그림자를 끌며 돌아왔다


흙은 여전히 말없이 기다린다

햇살을 삼키며 바람을 품으며

사람의 발자국을 기억한다


나는 안다

기다림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다

흙이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는 날

우리의 삶도 새로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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