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그대에게

by 노준성

슬픔이 내리는 빗속의 시간

추억에 젖은 아련한 기억이

머릿결을 타고 흐르다

당신 눈동자 끝에 맺혀 떨립니다


세상이 회색 물감처럼 번져가도

그대의 여린 미소 하나면

나는 다시 삶을 견딜 힘을 얻습니다


차갑게 내리는 빗방울이

가느다란 어깨를 스칠 때마다

나는 그 속에 깊이 뿌리내린

그대의 긴 시간의 슬픔을 봅니다


이 비도 머지않아 그치겠지요

젖어버린 마음도, 쓰러져가는 기억도

언젠가 햇살 아래 고요히 마르듯

아무 일도 없었다고 돌아서겠지요


그러니 부디, 이 빗속을

나와 함께 걸어주세요

그대가 잠시 멈춰 설 그 자리에서

침묵의 미소로 당신을 감싸는

우산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