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의 외침

개자추 이야기

by 노준성

나는 바랐노라
주군이 배고플 때, 내 살을 베어 그릇에 담았던 것처럼
내 마음의 충성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벼슬도 금빛의 상도 바라지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숲의 그늘에 숨어
남은 생을 평온히 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세상은 내 침묵을 불편해했고
왕은 내 고요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산에 불이 번져온다.
바람은 뜨겁고 나뭇잎은 비명을 지른다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나는 이 불 속에서 묻히기로 한다

살아 나가라 외치고 싶었으나
어머니 없는 삶은 이미 꺾인 나무
그 뿌리 없는 몸으로는 바람 한 줄기 견딜 수 없음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불길이 가까워진다
눈을 감으면 어린 날 들판의 바람이 스친다
주군과 함께 떠돌던 황량한 길
허기진 밤 그리고 그릇에 담았던 피의 따스함
그 모든 기억이 이제 불꽃처럼 흩어진다

사람들이여
내 죽음을 두고 한식을 지킨다 하여도
그 차가운 음식은 결코 내 마음의 뜨거움을 닮지 못하리라
나는 내 충성이 살아서 빛나지 못하고
죽음으로만 남게 된 것을 슬퍼할 뿐이다


어머니여
이 불길이 우리를 삼키더라도
당신의 손을 놓지 않으리
끝내 세상은 알지 못하더라도
곧은 마음은 여기
불 속에서 마지막까지 곧게 서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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