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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Oct 17. 2020

[DAY19,20] 다시 돌아온 자그레브 일상

지수 일상 in Croatia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맞이한 주말 아침.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하늘도 우중충하고 평소 같았으면 야외 테라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곳도 텅 비어있었다. 어쩔 때 보면 자그레브도 엄청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도시인 것 같다.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냉장고 파먹기를 하도 해서 장 보러 잠시 나갔다 왔다. 살짝 이렇게 하니까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인생 같기도 하다.



낮에는 동생하고 영상통화를 했다. 동생도 내가 본인보다는 치즈를 보고 싶어 하는 걸 아는지 통화한 30분의 반을 거의 치즈에 할애해 줬다. 언뜻 보기에는 살 빠진 것 같아 보여서 걱정이 되었는데 알고 보니 요 녀석이 사료는 안 먹고 간식만 먹으려고 편식해서 그렇단다. 이놈의 시키 아주 말 안 듣는 3살 같다.



여행을 다녀왔더니 과제 있었던 걸 까먹고 있었다. 밀린 구몬 숙제처럼 과제를 꾸역꾸역 하다 보니 하루 한 끼만 먹고 있었다.(요거트 맞다) 과제를 거의 다해갈 때 즈음 저녁으로 또 바질 페스토로 파스타를 해 먹었다. 간도 페펙트 하고 양도 퍼펙트했다. 원래 같았으면 스파게티 면을 삶을 때 이 정도는 많은가? 싶을 정도로 넣어서 항상 양 조절에 실패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면은 작지만 양파, 파프리카, 소시지를 넣어서 양을 조절했다. 특히 파프리카로 색도 내고 씹히는 맛도 낸 점에 있어서 굉장히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다음날, 날씨는 주말이 지났지만 여전히 꿀꿀했다.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 고난 후, 습관처럼 날씨 앱을 켜 확인을 하지만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날씨인 것 같다. 오늘은 처음으로 아침 8시에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죽음의 시간표인 것 같다. 안 그래도 일어나자마자 영어로 수업을 들어서 그런지 귀가 버터칠 한 것처럼 힘들었는데 아침밥도 거르고 갔더니 수업 시작 한 시간 후에는 뱃속에서 천둥소리처럼 엄청 효과음이 '나 여기에 있어요'하듯이 울렸다. 소리가 그만 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프린트한 종이도 팔락 팔락 거리고, 괜히 가방도 끌어안으면서 쥐 죽은 듯이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 때문일까. 수업이 끝나고 나니 온몸에 땀이 흘렀다. 휴.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뭐라도 먹고 나와야겠다.



학교 마치고 오는 길, 배고프다는 생각 때문인지 처음 보는 빵집으로 들어가 귀여운 모양의 빵도 샀다. 사실 크로와상처럼 생겼지만 패스추리가 아닌 조금은 밀도 높은 빵이라 실망했다. 하지만 귀여운 모양에 반한 걸 어쩌나. 집에 와서는 계란 프라이(배고프니까 두 개)와 파프리카, 그리고 딸기잼에 가벼운 아점을 먹었다. 이때부터 잘 못된 걸까. 오늘 하루의 식사를 애매한 양과 애매한 시간에 먹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애매한 밥을 먹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도 집안일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훌쩍 지나가 버렸다. 살짝 하루가 날아간 기분이 든 날인 것 같다. 하지만 매일이 어떻게 항상 폭죽 터지듯이 다이내믹하고 가슴 뛰는 일만 가득할까. 나름의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조금은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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