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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Oct 20. 2020

[DAY23] 드디어 덴마크 코펜하겐 입성

지수 일상 in Denmark


덴마크로 가는 날 아침이 찾아왔다. 사실 오전 8시 45분 비행기라 전날부터 알람을 가지고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 수십 번의 고민과 번복 끝에 늦는 것보다는 조금 서둘러 나가기로 하고 6시 반에 일어났다. 혼자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인 데다가 자취방에서 공항으로 처음 가보는 날이기에 만만의 준비를 했다. 유로 ok, 여권 ok, 핸드폰 ok. 모든 준비는 끝났다. 출발하자.



공항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돈이 별로 없는 유학생으로서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공항까지 택시가 아닌 트램과 버스를 타는 법을 선택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던 게 이때부터였을까. 분명 구글 지도가 가라는 데로 갔을 뿐인데 횡단보도는 보이지 않고 있어야 할 버스 정류장도 보이지 않았다. 길가는 사람에게라도 물어보려 해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 알려주고 싶어도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어찌어찌해서 보딩 마감이 아슬아슬할 것 같은 버스를 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받은 메일. 미리 체크인을 해서 그런지 변동사항이 생기면 그때그때 알려줬는데 온라인 체크인을 몰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소름부터 돋았다. 이렇게라도 알려줘서 고맙다 항공사야.



게이트 오픈이 8시 15분부터 인데 버스에서 내리니 8시 10분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은데 다행일 정도로 캐리어를 들고뛰었다. 미친 듯이 공항 검색대에 이르러 검문을 하고 여권에 크로아티아 출국 도장을 찍는 출입국심사도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끝내니 다행으로 늦지 않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내가 아닌 남이 나를 봤을 때 나였으면 아마 웃었을 것 같다. 공항 검색대에서 미국에서의 경우가 생각나 아무도 신발을 벗지 않았는데 후다닥 신발은 벗기도 하고, 보딩을 하기 위해 티켓을 스캔까지 하고 비행기 타러 간이 복도를 지나갔는데 비행기로 향하는 길을 잘못 들어 또 한 번 뜀박질을 한 것까지. 스스로도 코미디 같은 여행길에 기가 막혔다. 다행히 늦어서 누구에게 피해 주는 일은 없었지만 내 좌석에 앉고 나니 캐리어 들고뛴 덕분에 어깨 통증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분명 놀러 가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몸 고생과 마음고생을 해서 비행기 탑승한 이후 나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계속해서 잠만 잤다. 그래도 승무원의 인기척이 느껴질 때면 간식은 먹어야 한다며 눈 비비고 일어나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간식은 인간 사료라고 불리는 누네띠네와 같은 쿠키와 요구르트가 제공되었다. 내가 요구르트 킬러인 거는 어찌 알았을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저 쿠키가 별미여서 이름까지 승무원에게 물어 알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앉은 좌석은 통로 쪽이라 곁눈질로 눈치껏 창문을 훔쳐봐야 했다. 조금은 불편하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도둑고양이가 된 것 마냥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비행한 지 채 2시간이 안되어서 덴마크에 착륙했다. 내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왔다니?! 공항에서 덴마크 브랜드로 유명한 조 앤더 주스를 보고서야 실감이 날 정도였다.



Arrival을 나오자마자 인포메이션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는 나의 주 목적인 코펜하겐 카드를 결제했다. 무려 689kr. 한국돈으로 무려 약 12만 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카드로 결제를 하는 순간 마음으로는 매우 덜컥했지만 직원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here이라고 이야기하며 SSG 카드를 긁었다. 아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하면 뽕을 뽑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호스텔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시내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한국의 인천공항에서부터 서울로 넘어오는 공항철도처럼 이곳 코펜하겐에도 트램이 있었다. 들뜬 관광객 하나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아주 제대로 신이 난 탓인지 조금은 우중충한 하늘도 분위기 있어 보였다. 시내 안쪽으로 향하기 위해 버스도 탔어야 했는데 여기에 또 할 말이 많다. 버스를 타기 위해 약 5분 정도 추운 날씨 탓에 덜덜 떨면서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버스가 내 앞에 정차를 했고 나는 더 이상 떨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버스 기사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알고 보니 버스기사의 쉬는 시간이었고 칼같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려야 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기사는 문을 열어주었다. 샌드위치와 따뜻한 차를 즐기는 기사를 보니 야속하기도 했지만 쉬는 시간을 방해한 느낌에 나 또한 조금 미안했다.



창문이 엄청 많은 아파트를 지나 호스텔로 바로 가지 않고 나는 옆길로 샜다. 춥고 배도 고픈 데다가 버스기사가 먹는 샌드위치를 보니 나도 빵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교한 뚜레쥬르 정도 되는 체인점이지만 퀄리티는 훨씬 좋은 이곳. 안데르센 베이커리로 와버렸다.



이야. 코펜하겐 동네 빵집 클래스 보소?



선택지가 너무 많았지만 패스츄리가 가득한 빵을 야무지게 골랐다. 근데 이게 실화인가? 주먹보다 작은 빵 두 개와 따뜻한 캐모마일 티 한 잔을 시켰는데 51kr, 한국돈으로 약 8800원 정도가 나왔다. 하핳. 이게 북유럽의 물가인가. 평소보다 허리띠를 졸라야 하는 건가. 아찔하다. 그래도 빵집 분위기도 좋고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덴마크 언니들과도 잠깐 이야기하고, 덴마크의 첫인상은 매우 좋았다.

 


곧장 호스텔로 간 나는 체크인을 했다. 한시 반에 도착했는데 두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1층 리셉션에서 잠시 기다렸다. 우와. 리셉션 바로 옆에는 수많은 나라에서 모인 여행객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술 마시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카페테리아처럼 있었다. (참고로 이때 이곳의 분위기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눈치를 챘어야 했다...)



2층. 호스텔이라 보통은 6인용에서 9인용까지 남녀가 섞여 또는 구별하여 숙박하곤 한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오랜만에 동창 상봉을 하게 될 친구와 나는 2인용실을 예약했다. 3박 4일이고 살인적인 덴마크 물가에, 그리고 12만 원인데 이 정도 룸 컨디션까지. 처음 방문을 연 순간 나는 너무 만족했다. 방 안에 샤워까지 할 수 있는 미니 화장실까지 있다니,,,(미래를 보라고 이 멍청아ㅠ)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북유럽의 감성에 취해버렸다. 친구 예은이는 프랑스 리옹에서 살고 있는데 오전에 수업을 듣고 출발해 늦은 밤에 도착하게 도착하게 되었다. 그전까지 혼자서 뭐 하지?



말인가 방귀인가. 목금토일 여행하는데 계속해서 비 오면 어쩌자는 건가?



비는 추적추적 내렸지만 하염없이 숙소에만 있을 수는 없을 노릇. 일단 나가자라는 마음으로 우산을 챙겨 들고 나왔다. 숙소가 코펜하겐의 중심에 위치해서 그런지 주변에 오래된 건물이나 궁전이 많이 있었다. 그중 하나인 이곳은 넓은 광장이 있었는데 둥그런 돌이 수 많이 열을 이루고 있어서인지 분위기가 장난 없었다.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



궁전 안으로 들어가 보기 위해 나는 입구를 찾았다. 한참을 헤매다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줄을 섰다.



엘리베이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꼭대기까지 올라온 이곳. 탑 꼭대기에는 사방이 뚫려있어 비가 미스트처럼 가로로 흩뿌려 추웠지만 코펜하겐 시내가 한눈에 보여 한번쯤 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과거의 유물들도 전시해 놓고 이 궁전의 축소판인 모형도 작게 볼 수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발견한 136개 계단. 이걸 보고 선택해서 내려가라는 건가? 살짝 고개 갸우뚱하게 만드는 선택지이다.



이제는 오래된 건물은 그만보고 크로아티아에서는 잘하지 못했던 아이쇼핑이나 해볼 겸 도심으로 나왔다. 랜드마크는 아니어도 유럽 느낌 가득한 분수대도 한번 봐주고 골목 곳곳을 살펴봤다.



내 사랑 앤 아더 스토리즈에 드디어 왔다. 한국에서는 서울에 갈 때 가끔 친구 유정이와 압구정에 가면 들리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여행을 와야 들를 수 있다니. 혼자, 그것도 코펜하겐에 와서 앤 아더 스토리즈를 와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앤 아더 스토리즈는 항상 옳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학생 겸 관광객 입장으로 들러서 그런지 눈으로 구경만 하고 피팅도 하지 않았다. 짐이 많으면 안 된다는 생각 플러스 가족들 없이 혼자 여행하는데 돈 쓴다는 괜한 죄책감?



또다시 스윽스윽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코펜하겐에 오면  번쯤 들려야 한다는 레고 샵에 들렀다! 예쁘지만  기준으로는 쓸데없는 축에 속하는 레고들. 하지만 진저브래드 모양 키링을 보고서는 한참을 고민했다. 사달라고 꼬시는 것처럼 너무 매력적이야.


나가는 길에 매장 언니에게 부탁해서 관광객 티를 냈다. 근데 이 언니가 작정을 했는지 너무 열심히 찍어 줬다. 핸드폰을 돌려받고 확인해보니 앨범에 사진이 한가득이었다. 이 언니 사진 찍는 거에 아주 진심이었구나? 감사합니다 :)



레고 샵에서 나와 그 유명한 호박 가게 옆에 있는 기념품샵에 왔다. 티셔츠, 스노볼, 마그넷, 엽서 등 딱 보면 덴마크를 떠올릴만한 여러 기념품들이 모여져 있었다. 마그넷이 너무 귀여웠지만 친구와 와서 함께 고르고 싶어서 꾹 참고 사지 않았다. (하지만 가야지 하다가 결국 깜빡하고 가지 못했다는 건 안타까운 사실)



걸어가다가 발견한 메트로 출구. 너무 뜬금없이 올라와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그나저나 몇 번 출구인지 알 수 있는 건 없는 건가?



저기 보이시나요? 제가 누울 곳입니다 ;-)



평소에 너무나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와보니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엄마와 함께 왔었다면 우리는 정신 못 차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나하나 너무나도 예뻐서인지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창 밖으로 보이는 코펜하겐의 모던한 건물 외부도 한 몫하는 것 같다.



한국의 각시탈?



문구코너도 있었는데 여기에서 모든 여행 경비를 쓸 뻔했다. 어휴



스윽 둘러보다가 이건 사야 된다 싶어서 고민한 컵.

1. Black  2. Brown 어느 것을 샀을 까요??

법랑 소재로 된 컵이라 여름에 아이스커피를 마시면 딱 일 것 같아 상상해보는 시간 내내 행복했다.



유튜브 영상 중 구독하고 있던 유튜버 주킴 언니가 추천한 매장에도 들러보았다. Arket. 유럽지역 몇 군에 데만 입점된 걸로 알고 있는데 올해 처음으로 유럽이 아닌 곳,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에 입점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 입점이 되면 이곳에서 구경했던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2층에 위치한 화방이 이렇게 힙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처음에는 문득 지나가 더가 발견해서 전시관인 줄 알았다. 사실 대학교 융합전공으로 배운 미술사조에 해당되는 내용 중 미술 Kunst를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공간에서 써먹게 되어 신기했다. 이걸 떠올린 나도 신기한 사람?


어느덧 하늘이 어두워지는데 곧장 들어가는 것은 아쉬워서 근처에 위치한 빈티지 샵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한껏 무거워진 채로 나오게 되었다. 가게 주인 언니도 이 세상 힙함이 아닌 수준.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저라뇨. 아직 쨉도 안 되는 꼬질꼬질한 애가 들른 것 같아서 괜히 미안했다.



8시가 넘도록 동창 예은이가 오길 목 빼놓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숙소로 그녀가 도착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보는 사이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반가워하고 나니 서로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급 정적을 만들었다. 8시가 넘은 시간, 비가 부슬부슬 내려 국물 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우리는 햄버거를 먹으러 MAX로 왔다. 평소 같았으면 세트는 다 못 먹는데 그래도 첫끼는 배부르게 먹자고 무리해서 세트로 시켜서 먹었다. 좋은 선택. 든든하게 먹은 저녁, 앞으로 남은 여행을 앞두고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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