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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Oct 21. 2020

[DAY24] 12만 원 코펜하겐 카드 뽀개기

지수 일상 in Denmark


다음날 아침,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잤지만 문 바로 옆이라 그런지 우풍때문에 오들오들 떨면서 일어났다. 아침부터 당 떨어진 나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야생마처럼 이리저리 뒤지고 있으니 착한 예은이가 과자 하나를 쥐어주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물씬 느껴지는 표정으로 수혈하듯이 에너지를 채웠다.



어제 혼자 다녀왔던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에  예은이와 다시 들렀다. 그런데 아니 웬걸? 족히 세어보아도 3천 명 이상이나 되는 학생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도로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이고 트럭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들고 외치는 등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나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직접 만든 것 같은 각양각색의 플래카드부터 팻말까지. 처음에는 공부하기 싫어서 나온 아이들인 줄 알았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시위를 하는 청소년들이었다. 유치원에 다닐법한 어린아이들부터 대학교 입학을 바라보고 있는 고등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모여 환경보호를 위해 어른들에게 경고를 날리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인파 때문에 궁전도 당일 휴무로 전환되었고 우리는 기존의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우리는 플랜 B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위 때문인지 버스는 계속해서 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무리의 청소년이 우리에게 다가와 "미안하지만 오늘은 시위 때문에 이곳 버스정류장에는 버스가 오지 않을 거예요. 저쪽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 당신이 원하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거예요"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이들 덕분에 문제는 잘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큰 문제는 이 소식은 뒷전이고 그들을 쳐다보게 되는 내 눈이었던 것 같다. 나보다 많아봤자 3~4살 어려 보이는 친구들이었는데 덴마크라 그런지 다들 키가 크고 잘 생긴 친구들이어서 이야기하는 내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에휴(절레절레)



플랜 B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두 번째 목적지인 '디자인 박물관'으로 향했다.  구글 지도가 알려준 대로 한 건물 앞에 도착한 우리는 전시의 한 콘셉트인 것처럼 보이는 "Yellow"라고 적힌 입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난리부르스를 다 떨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이곳이 아니라 바로 옆이었다. 머쓱코쓱. 20 발자국만 걸어가 보니 발견한 "Designmuseum Denmark" 티켓 창구 바로 옆에 있었던 카페를 발견하고는 나는 심쿵을 해버렸다. 정말 여기가 디자인의 끝판왕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6세까지 무료입장이 되는 이곳은 비록 코펜하겐 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덴마크에 오면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티켓만 받았는데도 심장이 떨리는 걸 보니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흥분을 했나 보다.



나와 예은



포스터와 네온사인, 수많은 의자와 색감 오지는 애플 컴퓨터, 색감 미친 전화기까지. 최근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너무나도 예쁜 다자인을 가진 물건, 아니 이거는 작품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것들이 방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이 있었다.



의자 세상에 온 것 같은 이곳. 나는 의자에 대한 생각을 이 문구를 보고 다시 했다. "너의 의자를 나에게 보여줘. 그러면 나는 너에게 네가 누구인지 말할 것이다.(말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무슨 의자에 앉아 왔는가? 의자는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한 책상의 짝꿍 정도, 보조적인 역할 정도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의자만 보고도 나의 성향을 말할 수 있다니.



Highlight Section. 이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각각의 의자마다 담긴 배경이나 설명도 볼 수 있고 디자인, 역사, 재질, 작가의 생각 등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한창 감성 카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발맞춰 보기 예쁜 카페, 사진 찍으면 잘 담길만한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다. 그 중심에 이러한 역사 깊은 의자가 있었다니. 그런 카페에 있는 의자들이 초창기 작가들이 만든 진품이면 다행이겠지만 워낙 모조품이 많은 요즘이라 한편으로는 작가들의 Unique 한 개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졌다.



1958년 덴마크에서는 이런 의자를 디자인하다니... 한창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시대 상황을 겪은 탓일까. 굉장히 오래전부터 디자인에 대한 깊은 고찰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한국에서도 독창적이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디자인이 많이 있지만 과거에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꿈도 꾸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싱숭생숭했다.



수많은 감각적인 포스터들과 전등. 저 전등은 사실 한국의 수많은 카페에서 자주 보이던 제품이다. 이곳에서 원조를 마주하니 잠깐 반짝하고 지나가는 디자인이 아니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테디셀러라는 점에 또 한 번 색다른 감정이 들었다.






포스터로도 과거 당시의 모습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포스터란 단순히 표어와 함께하는 존재였는데 이런 심오한 의미를 담을 수 있다니...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른인 나도 이 공간에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봤다. 수많은 마스킹 테이프와 색연필이 있어서 예은이와 나는 색깔과 두께, 그리고 투명도를 각각 비교해보며 의미심장한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았다.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이었으면 벌써 마스킹 테이프 대부분이 도난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외에 수많은 사진들



전시실 2층에서는 수많은 유럽 국가의 도자기와 그릇을 볼 수 있었다. 와인병을 막는 코르크도 볼 수 있었는데 사람 머리 모양을 본뜬 코르크가 있어 어두운 밤에 보면 섬뜻할 것 같았다. 어디 하나 깨진 곳 없이 보존이 잘 돼있을 뿐만 아니라 색감도 선명한데 제작 연도를 살펴보면 몇백 년 전 유물이라 보면서 너무 신기했다.

 


디자인 박물관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많았지만 가벼웠던 지갑 덕분에 엽서 두 장 정도만 소소하게 구매했다. 역시 예쁜 건 비싸다는 게 맞나 보다. 거기에 덴마크 물가까지. 어휴



아침을 먹지 않고 디자인 박물관을 돌았던 탓일까. 너무나도 배가 고팠던 우리는 식사할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헤맸다. 평소 같았으면 구글 지도의 별점을 비교해서 맛집을 골랐을 테지만 지금 당장은 배부른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일단 뭐라도 먹자라는 결론에 가까운 이곳을 찾았다.  Mad BAREN. 반지하에 있어서 처음에는 입구를 찾는데 조금 헤맸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메뉴판 제일 꼭대기에 있던 피자와 비프 샐러드를 주문했다. 결과는 성공적! 가격도 혜자스러운 데다가 너무나도 맛있어서 평소 같았으면 피자 한판은 무리였겠지만 예은이와 나는 모두 흡입했다. 안타까운 점은 허겁지겁 먹다가 둘 다 체해서 밤에 고생했다는 것. 그래도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주인아저씨도 친절하고 가격도 덴마크 물가 생각하면 저렴하데 맛있어요. 코펜하겐의 디자인 박물관 주변을 지나간다면 꼭 들러보시길)



유튜버 주킴 언니가 추천한 쇼룸에 가는 길. 건물 외벽이 알록달록하게 칠해져 있어서 하늘이 우중충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뻤다. 최고다 정말.



Frama Studio Store. 2008년 처음 브랜드를 론칭한 후 2011년 코펜하겐 중심지의 역사 깊은 건축물에 스튜디오를 마련했다고 한다. 건축 당시 목제 구조물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내는 공간적 특성이 프라마의 디자인 철학과 잘 맞닿은 곳이었다. 현재는 한국에도 프라마의 제품 일부가 수입되어 편집샵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곳에 들렀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서랍장과 독특한 천장 장식이다. 옛 약국을 개조해서 오픈한 쇼름인 이곳은 들어가자마자 향기도 좋고 예뻐서 눈이 호강했던 것 같다. 약국 천장이라니 믿을 수 없다. 도자기만 아니었으면, 6kg 캐리어만 들고 오지 않았으면 사고 싶었던 그릇부터 핫한 외국인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나올 법한 공간의 분위기까지. 취향 저격 제대로다.



프라마에서 구경만 하고 나온 우리는 근처에 위치한 로젠 보르크 성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나가면서 건물과 나무들을 구경했는데 너무 특이한 나무들이 길가에 많이 심어져 있어 너무 흥미로웠다. 무슨 나무일까? 성 주변에 위치한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기에 처음으로 덴마크 공원으로 들어가 본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공원 땅은 질퍽질퍽했지만 너무나도 예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5분을 걸어 공원 깊숙이 들어가니 저 멀리에 한 성이 눈에 띄었다. 바로 로젠 보르크 성. 역시나 이 곳도 궁을 둘러싼 수로를 들어가야 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계부터 벽난로, 체스판 등등 대부분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황금으로 칠해져 있었다. 옛날 옛적에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이 직접 입었다는 옷인데 죽을 때 흘렸던 피까지 남아있어서 조금 소름 돋았다. 비위가 강한 편인데 상상하며 옷을 봐서 그런지 비위가 상해 버렸다.  그리고 쓸데없는 부분에서 괜한 궁금함이 생겼다. 예를 들어 방 한구석에는 화장실도 있었는데 변기 아래로는 어디까지 연결될까, 뒤처리는 휴지로 했을까, 휴지는 우리가 지금 쓰는 휴지랑 같을까, 뚜껑이 없는데 냄새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등. 이랬으니까 비위가 상할 법도 하다.



투머치, 투머치 하다. 그 어떤 사람이 누워서까지 시계를 보고 싶었을까? 그 위에는 새장까지 만들고. 희한한 사람이 살았는 건 틀림없다.



궁 중간에는 왕과 왕비가 앉았던 자리가 놓여있는 연회장이 나온다. 그런데 이곳, 너무 과하게 화려하다. 누가 그릇을 벽에 붙이나 했는데 여기 사람들 다 벽에 그릇 붙여서 뽐내는 거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면 뒤집어 생각해보면 자랑하고 싶어서 궁전을 지은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예은이랑 나는 관람하는 내내 너무 많은 황금 때문에 기가 뺏기는 것 마냥 진이 빠졌다.  



지하에 내려가니 쌀쌀한 공기와 함께 수많은 관짝들이 우리를 반겼다. 이곳에 살았던 성주의 관이겠지만 아직도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했다. 그리고 한편에는 와인 창고가 있었는데 설명문을 읽어보니 약 몇 백 년 동안 숙성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숙성이 아니라 독약 제조 아닌가요? 마시면 돈 준다고 해도 안 마실 것 같다. 관람 마지막에는 빛에 반사된 황금 왕관을 보았는데 마지막까지 투머치를 달리는 성의 끝판왕 같아서 정신이 혼미했다. 그만해 사치 쟁이들아.

  


이곳으로 말하자면 버스를 놓쳐서, 그리고 비가 많이 와서, 마지막으로 12만 원이나 하는 3박 4일짜리 코펜하겐 카드 뽕을 뽑기 위해 들어간 곳이다. 바로 SMK(Statens Museum For Kunst), 국립미술관이다. 추워서 들어온 것 치고는 생각보다 시설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지하에 외투와 짐을 맡기기 위해 내려갔다가 화장실을 들렀는데 이곳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했다. 미술관인 공공시설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니. 유교 걸로서는 생각하지 못한 화장실 형태라 매우 색다르게 느껴졌다. 변기를 쓰기 위해 할아버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양인 여자라뇨.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매우 합리적인 방법인 것 같다. 한국처럼 몰카가 드글거리는 세상은 물론 제외이다.



너도나도 이 정도 그림 실력이면 나도 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한 작품부터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까지. Andre Derain, Kees van Dongen, Amedeo Modigliani, Henri Matisse 등등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이런 행운이? 프렌치 작가들과는 다르게 덴마크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은 시대가 다르긴 했어도 그림체가 더욱 깔끔했다. 요런 건 또 내 취향인 것 같다.



보고 또 봐도 작가의 의도를 설명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림까지.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예은이의 뒷모습이 너무 웃기다. 한참을 감상하다가 두 명의 할아버지들을 발견했다. 한 그림을 두고 한참을 이야기하시던 모습이 신기했다. 정말. 한국의 경우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젊은 세대, 즉 데이트를 하거나 아이를 데려온 2-30대가 대부분 방문한다.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노년층도 많지만 혼자, 특히 노년의 또래 친구와 방문하는 것은 거의, 아니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더욱 그들에게 더 많은 눈길이 갔다. 덴마크어로 이야기하던 그들이 무슨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지 알고 싶었다.



처음 봤을 때는 공간도 너무 자연스럽게 꾸며놓아서 신기했는데 병상에 사람이 누워 있어서 행위 예술인가 하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마네킹이었고 그들의 표정과 자세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순간 소름 돋았다. 병실 콘셉트의 전시가 작품 자체라는 게 신기하다.



자그레브 현대미술관에서도 본 것 같은 비슷한 작품. 한 명의 예술가 작업실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갑분 미니언?



제일 마음에 들었던 엽서. 근데 왜 안 사 왔을까? 사진으로 기록 남겼으면 다 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제일 아쉬운 선택이었던 것 같다. Wicked and Wild!



Collective coffee에 가는 길에 문득 발견한 한 쇼룸. 키친 용품 좋아하는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이 이곳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것들이 가득했지만 가격은 너무 사악했다. 가격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상품을 내려놓은 나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되뇌며 이곳을 빠져나왔다. collective coffee는 한 마켓 안에 위치한 곳인데 이날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인지 사람들이 모두 실내로 들어와 있었다. 도저히 앉을자리가 금방 나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곧장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한 번에 되는 일이 없구먼? 결국 코펜하겐 중심가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전날 HAY에 들러 한참을 구경했지만 예은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해 다시 한번 들렀다. 일상처럼 익숙한 듯 예은이에게 이곳을 소개하고 다시 한번 더 실내를 둘러보던 중, 너무 귀여운 수세미를 발견했다. 이렇게 귀여울 일인가? 집에 있는 치즈도 생각나면서 고양이만 보면 무엇에 홀린 것 마냥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폭신하고 비싼 소파에 걸터앉아 잠시 쉬기도 했다.



바로  ILLUM 백화점에 있는 루프탑 카페에 가는 길, 귀염둥이 무민을 만났다. 한국에는 뽀로로가 있다면 덴마크에는 루민이 대표 캐릭터이다. 무민의 하얀 털은 살짝 더러워져 꼬질꼬질했지만 그것마저 귀여웠다. 사진 찍을 거라고 포즈 취하라는 듯이 몸짓으로 알려주니 정말 귀여운 자세를 취하고는 쿨하게 사탕도 주고 갔다. 무민이가 갈 길 가는 뒷모습까지 지켜보고 있자니 심장이 아파 광광 울면서 엄지를 들었다. 최고



Original coffee illum rooftop. 여기 분위기 정말 최고다. 비도 맞아 춥고 배고픈 와중에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들어간 곳인데,,,,하 분위기 잊지 못할 것 같다. 뻥 뚫린 하늘에 검은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천국인 것 마냥 검은색으로 정돈된 가구까지. 최고다 정말. 그 와중에 졸업 이후 오랫동안 연락 안 했던 예은이와 이어준 오작교 같은 지은이에게 연락을 했다. 영상통화를 걸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얼굴을 본 지은이가 너무 반가웠다. 고마워 지은아? 몸을 녹이며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덧 코펜하겐의 하늘은 점차 어둑어둑해졌다.



illum건물 지하에 IRMA라는 마트가 있어서 예은이랑 차 , 초콜릿을 구매해 뿜빠이했다. 원래 초콜릿은 살 생각이 없었는데 마트 직원이 덴마크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초콜릿이라고 해서 덜컥 구매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해 먼저 맛본 예은이는 세상 세상에 초콜릿이 이렇게 맛없을 수도 있냐며 분노했다. 조용히 나는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한국에 있을 가족들에게 주기로 했다. (여행 선물의 복불복 그 쯤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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