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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06. 2020

[DAY45,46] 버스킹이 가득한 동네

지수 일상 in Croatia


햇살이 촥-하고 들어와 눈이 부셔 일어났다. 알람을 일부러 끄고 잤는데 늦잠은커녕 오히려 더욱 일찍 일어난 것 같아 조금 억울하다. 이왕 일찍 일어난 거 아침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냉장고를 뒤졌다. 샐러드용 야채 모둠을 사놓은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혼자 해 먹어서 그럴까. 무르기 전에 얼른 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의도치 않게 푸짐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샐러드에 요거트까지. 요거트에는 사과 반쪽과 그래놀라 조금을 넣었고 샐러드에는 야채믹스 조금과 방울토마토 반을 갈라놓은 것 몇 알, 그리고 내 취향은 아니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치즈까지. 아침부터 건강하게 먹어서 그런지 정신이 번쩍 든다. 어느 정도 집안을 정리한 다음 장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자그레브 음악대? 평소라면 기타 한두 대 만을 가지고 버스킹을 했을 것 같은데 이 날은 기타에 바이올린, 트럼펫, 타악기 등 굉장히 많은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모여 연주를 했다. 동네가 훨씬 활기 넘치는 것 같아 자주 이런 버스킹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에 놓인 버스킹 그룹들. 날씨가 맑아서 그런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선 것 같다. 옐라치치 광장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니 역대급으로 사람이 많았다. 관광객과 자그레브 현지인들이 섞여 정말 시장판인 줄 알았다.(사실은 시장판이 맞긴 하지만 평소보다 더욱 북적거려 조금 놀랐다.)



자주 가는 콘줌보다는 조금 가격대가 있지만 훨씬 다양한 물건의 종류와 조금 퀄리티가 좋은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이곳, 뮐러에 들렀다. 지하로 가면 식품관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천국을 발견했다. 하리보 맛집이라니. 평소에 사탕보다는 초콜릿이나 젤리를 더 많이 찾는 나로서는 정말 천국인 줄 알았다. 한쪽에는 부활절이 다가와서 그런지 토끼로 도배가 된 기획 코너가 있었다. 이때부터 부활절을 인지해서일까. 마트 전체가 토끼 느낌이 낭랑한 것 같았다. 아마 부활절 시즌이 되면 나는 체코에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여행이다.



크로아티아 전통 디저트인 이것! Fritule를 먹어보기 위해 주문해보았다. 사실 이 시장에서 무언가를 사 본다는 것도 처음이지만 길거리에 파는 음식을 사보는 것도 처음이라 신기했다. 한 컵에 20쿠나밖에 안 하는 저렴한 가격에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을 담아줘서 매우 든든했다. 도넛과 빵 사이 그 어딘가인 느낌? 조금은 오묘했지만 맛없을 수 없는 초코와 시나몬가루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맛있었다.



오늘도 딸기로 공부를 시작했다. 알도 한국 것보다 크고 달아서 정말 원 없이 딸기를 먹고 가기 위해 애썼다. 한참 동안 얼마 안 남은 시험을 위해 공부했지만 결국, 공부는 나와 안 맞다는 것만 확실히 깨달았다. 이럴 때는 그냥 시원하게 덮고 맛있는 걸 먹어 기분을 올려줘야 한다. 사실 아침에 장 보러 나갔다 온 이유였는데 된장찌개를 너무나도 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된장찌개를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았다. 굳이 안 찾아 먹어도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주말이나 먹고 싶을 때 언제나 먹을 수 있었다는 이유? 한 번도 끓여본 적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블로거들의 요리법이나 백종원 선생님의 비법이 있지 않은가. 대충 끓였는데 이게 웬걸? 이제는 된장찌개 고수가 된 것 같다. 엄마, 내가 한국 가서 된장찌개 끓여줄게.



다음 날, 공부한다고 하니까 되게 공부 잘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사실은 완전 반대다. 영어도 서툴고 이곳에서 배우는 내용 자체도 쉽지만은 않아서 fail만은 하고 싶지 않아 붙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공부 진도는 잘 안 나가고 해서 속상한 마음이 가득이다. 그래도 해야지 라는 생각에 공부를 하려고 앉았는데(정말 마음을 먹고 공부를 하려고 했다.) 한국에서 영상통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는 정말 방금 일어나서 엉망진창인데 대학교 동창들이 경주에서 영상통화를 건 것이다. 정말 꼴이 말이 아니라 부끄러웠지만 너무너무 반가워서 내 얼굴 상태는 생각하지도 않고 수다를 떨었다. 보고 싶다 친구들아. 통화를 끝낸 후, 친구가 나의 예전 사진을 잘라 경주에서 찍은 사진에 나를 합성까지 해 주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 불구하고 잊지 않고 챙겨줘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도움이 안 되는 존재도 있긴 하다. 동생과 한참 문자 하다가 갑자기 진실게임을 하는 듯한 말을 했다. 곧 있으면 SNS에 자기 셀카를 하나 올릴 텐데 그때 입은 옷이 내 옷이다. 먼저 말 안 하고 입은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언니가 없지 않냐. 그리고 언니가 그리워서 언니 옷이라도 입어야 한다고 전했다. 말도 안 되는 말이긴 했지만(거짓말인 것도 알지만) 괜히 기분은 좋았다. 그래도 입고 나서 빨래 해 놔라 인마.



나의 끝나지 않은 샐러드 파티. 마지막 샐러드 야채를 오늘 저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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