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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08. 2020

[DAY50,51] 한국의 밤 in ZAGREB

지수 일상 in Croatia


오늘도 흐린 하늘. 시험이 다 끝나지 않아 오전에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딜 가기엔 춥고 양심상 공부를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서 공부만 하려고 하니 온 몸이 꼬이는 건지 의자에만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다. 공부해야 하는데..... 갑자기 꽂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는 그래도 봐야 하고. 결국 이날은 오후에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공부할 생각도 없었던 걸로 봐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한국의 밤



룸메이트인 선아 덕분에 참가할 수 있었던 행사. 원래는 알지도, 알 수도 없었던 행사인데 크로아티아어 학과에 소속되어 있어 대사관과 닿을 수 있는 소식통(?)이 있어 후배인 지원이까지 1+2로 참석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후, 조금 일찍 도착해 행사장으로 가니 각 테이블마다 태극기가 놓여있었다. 한국에서 볼 때는 태극기 부대밖에 생각 안 났는데 해외에서 보니 살짝 뭉클했다. 해외 나오면 다들 한국 생각나고 애국자가 된다더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 초등학교 이후로 애국가 4절까지 처음 불러본 것 같다.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만세삼창도 하고 바이올린 독주회 연주도 감상하고, 여러 공연도 보고 나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음식 먹는 시간이 찾아왔다. 지금 후회하는 게 1차로 먹을 때 김밥을 안 퍼온 것....엄청난 김밥 덕후인데도 불구하고 나중에 가면 먹을 수 있을 줄 알고 욕심 안 부리고 담아왔다. 하지만 두 번째로 갔을 때는 이미 김밥은 솔드아웃된 후 였다(리필되는 줄 알았지....) 음식 자체도 많이 준비된 편이 아니라 그냥 와인이나 마시고 오자 하고 연거푸 마셨다. 밥을 먹으며 마술쇼도 봤는데 너무 천연덕스러워서 리틀 양세형인 줄 알았다. 행사가 끝난 후, 처음 만난 또래 한국인들과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펍에서 2차를 했다! 오랜만에 한국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많이 만나서 신이 났는지 이날 약 와인 7잔을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 뻗어 버렸다.



다음날, 룸메이트는 체력도 대단한 아이인지 아침 일찍 파리에 가느라 집에는 나 혼자 남겨져 있었다. 오랜만의 음주라 그런지 속은 많이 쓰렸다. 매번 하는 다짐이지만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으리... 쓰린 속을 달래고자 모닝라면을 끓였다. 뭐니 뭐니 해도 해장으로 라면에 달걀 하나를 풀어 먹는 것은 최고인 것 같다.(콩나물을 넣어 먹지 못한 게 아쉽다)



태극기가 왜 내 방에,,,? 전날 많이 감격스러웠나 보다. 야무지게 미니 태극기를 챙겨 왔다. 우리는 기념수건의 민족이 아닌가 싶다. 기념 문구도 정말 교과서 다운 것 같다.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살고 있을 때 이런 경험도 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기념품도 챙겨가는 것 같아 정말 신기했다.



해장을 해도 술병은 금방 안 사라지는지 오전 내내 몽롱하게 누워있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린 후 샤워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공부도 깔짝 했다. 저녁에는 거하게 장보 온 것들로 오랜만에 싱싱하게 먹었다. 그리고 카프레제의 참맛을 자그레브에서도 누릴 수 있었는데 이 기쁨을 지원이에게 바친다.(그동안 콘줌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모짜렐라 치즈의 행방을 지원이가 단번에 알려주었다. 앞으로의 행복을 그녀가 누리게 해 주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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