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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09. 2020

[DAY52-54] 드디어 끝이 보이는 중간고사

지수 일상 in Croatia


후배 지원이와 우여곡절 끝에 집 근처 카페에서 마지막 시험의 과제를 하기 위해 만났다. 한국에서도 안 할 통계를 왜 자그레브에서 한다고 했을까.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기 위해 각자 커피 한 잔과 브라우니 하나를 주문했다.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 올라간 브라우니는 평소에 내가 먹던 것은 하나도 달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엄청 달았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달다고 하는 건 이런 맛이 구나를 제대로 알게 된 느낌이다. 세 시간 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댄 결과 과제를 모두 해결했다. 우리 둘 다 너무 수고 많았어.



통계 시험을 치기 위해서 계산기는 필수다. 한국에서 배터리 없는 상태로 계산기만을 택배로 배송받은 나는 다행히 큰돈을 들이지 않고 내 계산기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지원이는 계산기를 한국에서 가져오지 못해 자그레브에서 하나 장만해야 했다. 지원이의 계산기 탐방 여행을 같이 가던 중 광장에서 발견한 봄봄봄. 그럼 뭐해.... 너무 추운데?



집에 와서 한 번 더 카프레제를 해 먹고(밍밍한) 고구마로 저녁을 먹었다. 지금 보니 고구마가 살짝 맛 가려고 할 때 먹어서 맛이 없었던 거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내 사랑 밤 고구마를 먹고 싶다.



다음 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내일 치게 될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세 과목밖에 안 되는 조촐한 중간고사이지만 낯선 곳에서의 첫 시험이자 영어로 치게 되는 시험이라 그런지 긴장이 되는 동시에 공부에 집중 잘 못했다. 이런 나에게는 채찍 대신 당근을 줘야 하기 때문에 평소라면 잘 안 챙겨 먹는 초콜릿 과자도 한두 개 집어 먹었다. 살짝 목이 막힐 정도로 텁텁한 게 이 과자 정말 내 스타일이었다. 공부를 한참 하다가 저녁에는 화나서 오랜만에 카레를 해 먹었다. 탄수화물이 들어가니 화는 줄어들고 행복감만이 드는 걸 보니 역시 사람은 어느 정도 탄수화물을 먹어줘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마지막 midterm test 치는 날!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8시 반까지 교실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8시 22분에 저기 보이는 파랑 점에 위치했었다.... 오랜만에 똥줄 타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정시에 도착해서 걱정과는 다르게 잘 치고 나왔다. 오픈 북인 덕분에 정의에 맞는, 순서에 맞는 공식을 활용해 시험을 잘 치르고 나왔다.



도비는 자유의 몸이에요! 시험도 잘 치고 나온 기념으로 이 오랜만에 집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우리 과 건물 앞 공원에는 꽃도 피고 자주 지나갔던 길이지만 특히 이날 골목 한편이 꽃길이 되어 있었다. 트램을 타고 순식간에 지나갔다면 절대로 보지 못할 풍경이었다. (나에게도 꽃길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자그레브에도 정말 봄이 오려나 보다.



오늘도 상큼하게(?) 참치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cogito coffee. 시험이 끝난 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멀리 놀러 가도 됐었지만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 집이 아닌 근처 카페로 왔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집에 있던 과거와 달리 나도 이제는 자그레브인이 되어가는 것처럼 당연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예쁜 쓰레기인 리포트를 꾸역꾸역 읽고 쓰면서도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살짝 어수선해 보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각자 할 일을 하니 내 존재가 괜스레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이곳은 사람이 많을 때 오면 시장바닥인데 조금만 지나면 조용해져서 좋다. 나만의 히든 플레이스. 이 날은 화장실 갔다가 문 못 열어서 10분 동안 낑낑대다가 직원에 의해 구출되기도 했다.



배고파서 오랜만에 들른 Otto&Frank. 내 사랑 라들러가 없어서 결국 나는 코로나를 마셨다. 라임 즙을 조금 짜 넣어 먹으니 나름 새콤달콤해서 맛있었다. 자그레브에 처음 도착했을 때 먹은 음식이 이곳 햄버거였는데... 약 1 달반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더 맛있었다. (기억해 두자. 이곳은 트러플 햄버거가 유명한 곳!) 우리들의 첫 중간고사가 이렇게 마무리되어 나름 시원섭섭하다. 사실 시원한 느낌이 더 크지만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며 아주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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