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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0. 2020

[DAY55]  온전히 혼자인 하루

지수 일상 in Croatia


이제 봄이 지나 여름이 자그레브로 오나보다. 춥고 자주 어두워지던 겨울을 지나 봄이 온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푸른 풀들이 만연한 여름이 다가오다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은 이곳에 와서 더욱 알아가는 것 같다. 시간아 천천히 가주라. 나 여기서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게 많단 말이야.



룸메이트가 사정한 한국으로 잠시 떠났다. 무사히, 건강하게 잘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녀에게 바라는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식량부터 생활하는데 필요한 용품 등을 많이, 아주 많이 챙겨 오면 좋겠다.(자질구레한 것까지 모두 왤컴이다.) 그녀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일주일 정도 보내게 되었다. 일주일의 둘째 날,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날씨였기에 광장으로 걸어 나왔다. 이번 주에는 이스터 연휴가 있는데 옐라치치 광장은 벌써 축제 분위기가 만연하다. 햇빛을 받으면 반짝하고 빛을 반사해내는 토끼 장식이 설치되어 있어 나의 시선이 한동안 머물렀다.



오랜만에 자그레브 시내를 산책하고자 가보지 않은 골목 곳곳을 들어가 보았다. 그중 하나인 피자 골목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피자부터 파스타, 해산물 요리 등 나의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골목 전체를 휘감았다. 조금 더 걸어 올라 가면 공원 하나가 나오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부터 연인, 친구 등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피크닉을 나와 햇살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Express Bar. 길을 지나다니면서 한번쯤 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다. 작지만 알찬 카페? 날씨가 좋았지만 건물 때문에 그늘이 지는 야외 테라스는 추울 것 같아 실내로 들어왔다. 무엇을 마실까 한참 동안 메뉴판을 공부하듯이 쳐다보았다. 다양한 메뉴 중 "아이스"라고 적힌 메뉴가 내 시선을 빼앗았다. 자그레브 카페에서 아이스라니. 처음으로 내가 요청하는 게 아닌 메뉴판에 적힌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곧이어 강아지 한 마리와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주문을 했다. 정확한 견종을 알 수 없었지만 다가가기에는 조금 먼 당신, 하지만 강아지는 조용히 주인과 커피 한 잔을 기다렸다. 내가 주문한 커피가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맛은? 한국에 비하면 커피 맛이 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얼음을 동동 띄운 그 노력에 만족했다.

 


룸메이트 선아는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혹시 파리에서 필요한 게 있냐는 말에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프랑스의 한 플리마켓에서 오래된 엽서를 판다는 한 글을 읽었던 게 떠올랐다. 부담이 안된다면 나도 그런 빈티지 엽서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선아는 선물로 한 엽서를 사다 주었다. 방브 시장에서 구입했다는 엽서는 내가 좋아하는 빈지티스러운 느낌이 아주 가득했다. 잊지 않고 선물을 사 주어서 고마워! 한참 동안 엽서도 구경하다가 나만의 의식을 치렀다. 교환학생을 오면서 스스로 약속한? 나만의 의식이 있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할 텐데 기념품은 최대한 사지 않고 각 나라마다 특징이 담긴 엽서를 한 두장 구매해 뒷면에 기억에 남을 일기, 일화를 메모해두자는 약속을 했다. 학교 공부와 여행을 병행한다고 조금 밀렸지만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 정리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유효한 의식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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