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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1. 2020

[DAY56] 프라하 상공에서 뛰어내린 여자

지수 일상 in Czech


이스터 연휴 전 마지막 날까지 학교를 가는 길에 검표원을 만났다. 잘못한 건 없지만 괜히 쫄리는 이 기분... 수고하세요? 학교를 다녀와서 떠나기 직전에 짐을 급하게 쌌다. 집안을 꽤 오랫동안 비우기 때문에 대충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비웠다. 정신없이 집안일을 해치우다시피 하고 저녁을 먹으니 잠이 쏟아졌다. 밤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9시가 넘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스터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텅텅 비어서 다행히 다리는 뻗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꼬박 10시간 반을 타고 가야 했고 중간중간 국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편하게 자거나 쉴 수 없었다.



잠시 쪽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체코 프라하에 도착했다. 짐이 있었기에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곧바로 향했다. 처음으로 한인민박을 숙소로 선택했는데 다행히 버스 터미널 가까이에 위치해서 캐리어를 끌고 걸어갈 수 있었다. 숙소는 프라하 꿀잠 하우스. 체크인이 2시였어서 너무 이른 아침 8시에 도착한 나는 짐만 맡겨두고 다시 프라하 거리로 걸어 나왔다. 하늘이 참 맑은 프라하.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미리 찾아둔 카페를 찾아 걸어가던 중 알이 엄청나게 큰 벚꽃이 골목에 숨어 있어 여행의 시작을 환영받는 기분이었다.



EMA espresso bar. 멀리서도 보이는 저 힙한 바이브(도착도 안 했는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생각지도 못하게 힙한 곳을 와서 당황스러웠지만 바쁜 프라하 사람들과 여유로운 여행객들 사이에서 사람 구경하기에는 딱 좋았다. 자리를 앉고 보니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삶의 모습, 그리고 따뜻한 햇빛과 여유. 내가 원하던 삶의 템포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프라하까지 거의 잠을 못 자고 와서 그런지 이날 아침은 꼭 커피를 마셔줘야 할 것 같았다. 따뜻한 커피를 딱 한잔 마시고 나니 다시 한번 느끼는 최고의 선택. 사실 무슨 샌드위치인지도 모르고 주문했지만 한입 먹어보니 나름 맛있었다.



혼자만의 브런치를 즐기고 잠시 걸어보는 프라하 시내. 화약탑과 콘서트 홀이 눈길을 끌었는데 분명 오래된 건물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 보존이 잘 된 상태로 위치한 걸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은 광장으로 갔더니 역시나 이스터 행사가 준비 중이었다.



나에게는 오늘 중요한 일정이 있어 발걸음을 서둘렀다. 가는 길에 마리오네트 인형을 발견했는데 조금 소름 돋을 정도로 생겨서 무서웠다;; 예쁜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바로? 스카이 다이빙 사무실...... 프라하 오기 전까지도 고민하다가 유랑에서 만난 언니와 해보자고 결심하고 예약을 했다. 과연 잘 한 선택일까?



1시간 반을 차 타고 이동해서 도착한 비행장! 하늘이 참 맑았다. 도착하니 하늘에서 방금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내려오는 낙하산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곧 타게 될 경비행기도 보이고(비행기를 보니 설레기도 했지만 조금 떨리기도 했다) 내 속도 모르고 이 곳에서 분필로 예쁜 낙서를 하던 귀여운 아이들.



이곳 비행장에 한국인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직원들의 말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장난을 치다 보니 어느새 나의 몸에는 수많은 안전장치가 몸에 딱 맞게 꽉 조여져 있었다. 꺄-! 내가 진짜 스카이다이빙을 하다니....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앞머리는 포기했다. 먼저 스카이다이빙을 뛰고 온 한국인 한 분이 매직펜을 하나 쥐어주더니 손바닥에 멘트를 쓰고 사진을 찍어야 제대로 뛴 거라고 하셔서 나도 진심을 담아 몇 자 적어 보았다. 부끄럽긴 했지만 화이팅 넘치게 사진을 찍었다(살짝 많이 마음에 드는 부분)



같이 갔던 동행친구가 찍어준 하늘에서 내려오는 나. 고소공포증이 약간 있던 터라 올라가기 전에 걱정을 좀 했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경비행기 타고 올라가서도 안 떨렸다. 다만 내려오다가 압력 때문에 귀가 진짜 찢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스카이다이빙을 한 것은 너무나도 자랑스러웠고 인생을 살면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 중 하나일 것 같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차 타고 이동하고, 끼니를 잘 못 먹어서 그런지 프라하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가 많이 고팠다. 함께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갔던 한국인 중 여자 세분과 좀 친해져서 저녁도 같이 먹으러 갔다. Remember vietnamese food. 제일 먼저 나온 스프링 롤은 따뜻해서 그런지 너무나도 맛있었다. 쌀국수도 주문했는데 한국사람들은 거의 고수를 빼서 먹는지 직원에게 고수를 빼 달라고 하니까 알지 알지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서 조금 웃겼다. (근데 육수 끓일 때 고수를 넣는지 조금 향이 느껴져서 조금 고통스러웠다) 분짜는 불향이 제대로 나서 너무나도 만족했는데 베트남 음식 전문점인 에머이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가격도 정말 착해서 이렇게 많이 먹고도 일인당 8천 원 정도밖에 안 냈다.



숙소에 도착! 침대에는 귀여운 스누피 수건이 놓여있었는데 얼른 씻고 자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샤워하고 바로 뻗었다. 쉬지도 못한 상태로 전날 10시간 버스를 타고 프라하에 와서 곧바로 스카이다이빙까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스케줄인 것 같다.(아이돌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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