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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2. 2020

[DAY57] 프라하에서 뭉친 한국에서의 특별한 인연

지수 일상 in Czech


아침에 일어나니 민박 사장님께서 아침부터 제육볶음 덮밥을 해주셨다. 해외에서 살면서 한 번도 한인 식당을 안 가봐서 그런지 누군가가 나를 위해 밥을 해주는 게 처음이라 감동을 받았다. 특히 외국 나와 살면서 아침에 “쌀밥”을 먹은 게 처음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민박집 테라스에서 바라본 프라하 아침



날씨가 너무 좋다. 이럴 때 보면 내가 이렇게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나 싶다. 오늘은 한국에서 융합전공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언니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시간을 딱 맞춰 나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일찍 나와서 시내 구경을 하려고 무작정 걸어 나왔다.



harddecore. 길 가다가 문득 발견한 편집샵인 이곳은 귀여운 소품과 옷을 팔고 있었다. 공간은 예뻤지만 내 취향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패스했다.(사실 가격도 비쌌고 대부분이 그릇 종류라 자그레브까지 이고 지고 갈 수가 없었다.)



공원에 잠시 앉아 쉬기도 하고 틈틈이 사진도 찍었다. 이곳은 작은 공원마저 아름답고 의미 있는 동상으로 꾸며놓아 여행객들에게는 최고의 공간인 것 같다.



freshlabels flagship store. 이곳은 프라하에 오기 전부터 한번 와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찜해둔 곳인데 직접 들러보니 홍대나 가로수길 느낌이 물씬 나는 편집샵이었다. 프라하에서 이런 곳을 보기 드물었는데 괜히 반가웠다. 삐빅-액체류 100ml 초과입니다.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PB상품도 있었는데 사고 싶어도 자그레브로 떠날 때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 아쉽지만 패스했다. 대신 선글라스에 꽂혀서 조금 뒤에 만날 친구에게도 진지하게 착용한 모습을 찍어 조언을 구했지만 다들 말려서 구매는 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보면 안 산 게 절대적으로 잘한 것 같다. 한국에 가지고 왔으면 다시는 쓰지 못했을 것 같다. 예쁜 쓰레기?)



길가다가 문득 세컨드 핸드 샵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른다는 지아자 화장품 샵에도 들렀다. 하지만 화장품에 있어서는 딱히 도전하는 편이 아니라 이번에도 구경만 하고 패스- 드디어 융합전공 패밀리를 5개월 만에 만났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신기한 조각상을 발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Otočná_hlava_Franze_Kafky라는 유명한 작품이었다.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간 이곳! 배고픔에 지친 현주의 발걸음이 정말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Pizzeria Kmotra. 일단 코젤 다크로 목부터 축이고 메인 메뉴를 주문했다. 파스타는 간이 세지도 않고 적당해서 좋았다. 유럽의 경우는 보통 짠맛이 강해 less salty를 미리 말하지 않으면 식사를 망칠 가능성이 높은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다 좋을 수는 없는 건지 피자는 조금 짰다. 일부러 노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함께 주문한 파스타랑 같이 먹으면 어느 정도 중화되어 먹을만했다.



배 땅땅 두드리며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인터내셔널 관종을 발견했다. 보통 깡이 아닌데?



아포테카. 관광객, 특히 한국 관광객의 필수코스래서 한번 들러보았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속는 셈 치고 이곳에서 천연팩을 하나 구매했다. 근데 일어나자마자 세수하기 전에 해야 하는 거라 귀차니즘인 나는 끝까지 다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아마 다 사용하기 전에 사용기한이 다 끝날 것 같은 느낌?) 궁금함에 무작정 마리오네트 인형가게에 들어갔는데 가격대가 장난 없었다. 높은 가격 때문인지 인형들의 퀄리티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가난한 여행자였던 나는 눈으로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프라하 어딜 가나 굴뚝 빵은 인기 만점이었고 애기들은 초대형 판다에 정신 못 차렸다.


짠내 투어에서 봤던 하벨 시장의 과일들도 볼 수 있었다. 구매하고 나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근처에 손도 씻고 과일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도 있었다. 딸기 한 바구니에 49코로 정도 했는데 한국돈으로 약 2500원 정도밖에 안 했다. 수많은 귀여운 기념품과 미친 듯이 웃던 마녀 인형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엽서가 한 장에 6 코루나(=300원)밖에 안 해서 3장이나 사고 처음으로 마그넷도 샀다. 굉장히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많이 걸었으니 당 충전도 해야지요? captaincandy. 개구리 젤리를 먹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먹다가 결국 버렸다.(아까워!) 그래도 맛있어서 소소한 소비에 만족했다.



덥고 지쳐서(사실 젤라또 먹으려고 가게 찾다가 망했다.) 2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유럽에서 너무 큰 바람이라 따뜻한 커피를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나, 젤라또가 없으면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자는 생각에 야무지게 주문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광장. 중앙에는 얀 후스 동상이 있었는데 그 주위를 둘러싸고 튤립이 한창 피어 있어서 더더 예뻐 보였다. 이스터 연휴를 체감하게 하는 사람의 수,,,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정신이 없다. 그들 사이를 빠져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프라하 천문시계. 매 정각마다 시계에서 인형이 나와서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유명한데, 그래서 그런지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한다고 길 한복판이 꽉 찼다. (나는 그냥 유튜브로 볼래)



아,,,,,,,,,까를교로 가는 횡단보도에서 바라본 건너편 상황. 고개를 문득 들었을 때 정말 사람이 밀려오는 줄 알았다.



그래도 까를교에서 바라보는 노을 지는 프라하는 예뻤다.



까를교를 건너 도착한 레넌 벽. 근데 너무 갑분존(갑자기 분위기 존 레넌)이라서 좀 의아했다. 왜 있는 거죠?



까를교 건너편 다리에서 보는 까를교는 어떨까 해서 저녁 먹으러 가기 전 건너편 다리로 향했다. 크으- 부다페스트만큼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수많은 색깔들이 섞여있는 노을 지는 프라하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노을 맛집, 인정합니다!



코젤 다크 직영점을 찾았다. 웨이팅을 조금 해야 했지만 금방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평소 액체가 들어가면 금방 배부른 개복치(=나)는 0.3L를 시켰다. 학센을 주문했는데 진짜 껍질 고소함의 극치였고 보들보들한 속살은 최고였다. 음식을 다 먹고 나니 서버가 가져다준 꽃 세 송이! 우리는 한 송이씩 가졌고 오랜만에 받아본 꽃이자 서프라이즈로 받은 꽃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가게에 들어가기 전 꽃 들고 나오는 한국인들 보고 '돈 떼였네'라는 생각 했는데 나도 공짜로 받아서 머쓱해졌다. 좋은 가게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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