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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4. 2020

[DAY59]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아쉽다

지수 일상 in Czech


프라하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 오늘도 민박집 사장님께서 맛있는 아침을 차려주셨다. 오늘 메뉴는 오뚜기로 의심되는 맛있는 카레와 정교하게 칼집을 낸 소시지 하나. 평소라면 아침에 쌀밥 먹는걸 더부룩하다는 이유로 안 챙겨 먹었을 건데 이곳에서 만큼은 꼭 남기더라도 한술 뜨게 되었다. 누군가 차려주는 아침이라는 생각에 감사히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까지 잘 챙겨주셔서 좋은 기억 가지고 가요 사장님!

  


마지막 날까지 화창한 프라하. 어김없이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기분이 너무 좋다. 비나 구름이 낀 날씨가 아닌 햇빛이 아찔할 정도로 내리쬐서 여행자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하다.



프라하 성을 가기 위해 내린 한 광장에서 버스커를 만났다. 광장 중앙임에도 불구하고 선베드까지 놓여있어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누워 음악 감상을 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아주 잠깐 했지만 바닥에라도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색소폰 연주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지금껏 보아 왔던 버스킹보다 훨씬 퀄리티가 좋았다.



프라하 성을 프라하에 도착한 날부터 가야지, 가봐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함께 여행할 친구보다 하루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나중에 함께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프라하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 오게 되었다. 트램에서 내린 후, 관광객들이 한 곳을 향해 걸어갔는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과 같겠지 라는 생각에 우리도 그들의 행렬에 함께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MatthiasGate에서 12시 근위병 행사가 이루어졌다. 키 큰 관광객들이 많아 한국에서는 꽤 키가 큰 편에 속하던 나는 166밖에 안 되는 꼬맹이가 되어 보는데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이걸 보자고 힐을 신고 올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소리만 듣는 걸로 만족했다. 문 입구에 놓여있는 동상이 너무나도 무섭게 생겨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귀로만 듣다가 문득 행사가 끝나면 사람이 몰릴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프라하에 오면 한 번쯤 와봐야 한다는 그 유명한 프라하성 스타벅스. 시키려고 했던 메뉴가 죄다 품절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들어 반 강제로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무려 그란데 사이즈로 마시게 되어 너무나도 행복했다. 리유저블 컵도 함께 구매해 의도치 않게 기념품도 챙길 수 있었다. 눈길이 계속 가던 프라하 시내. 전망대도 아니고 그 흔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프라하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니... 스타벅스가 돈을 쓸어 담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힘들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힘^^)



프라하 성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까지 올라왔지만 막상 와보니 굳이 안 들어가 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말고도 살살 산책하며 구경하는 이곳의 풍경과 사람 구경을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 사실 이 부분에서도 역시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여행을 하면 분명 말이 잘 통하고, 나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 사람이었는데 여행지만 오면 평소와 다르게 의견이 달라서 의가 상하거나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이번에 함께 여행했던 언니, 친구와는 그런 것 없이 계획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즉흥적으로 결정을 하는 부분이 서로에게 잘 맞아 하나도 싸우지 않고 끝까지 여행을 잘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덩치도 큰 유럽 사람들이 피자 배달하는 차는 왜 이렇게 조그마한 걸까? 처음에는 전시용, 홍보용으로 가게 앞에 세워놓은 줄 알았는데 진짜로 파자를 배달하기 위해 이 차(?)를 타는 사람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왜?



U Glaubicu.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나 대신 코젤 다크로 기념하는 여성 두 분. 하루 일찍 도착한 나는 언니, 친구보다 하루 일찍 프라하를 떠나게 되었다. 독일에서 인턴으로 일 하는 이들은 다음날에 독일로 돌아가는 일정. 매우 부럽지만 어쩌겠는가. 나를 기다리는 학교가 있지 아니한가?(눈물) 이곳에서 주문한 음식은 모두 맛있었다. 하지만 역시 서버가 문제였다. 음식을 다 먹은 후 서버에게 평소 같았으면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게 이곳의 문화이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서빙해준 직원이 고마워 우리는 팁을 두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부족했다고 판단했는지 마지막에 너무나도 의도적으로 신경질을 내는 모습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나의 마지막 식사를 이런 식으로 망치다니... 에라이

 


아쉽지만 언니, 친구와는 식사를 한 후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다시 보자며. 알뜰살뜰하게 남은 체코 돈으로 맛있는 과자까지 구매하고 나는 숙소에 들러 짐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는 중앙역에서 공항까지 직행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로 구매하는 게 왜 이렇게나 복잡했던지, 웬만하면 모든 일 처리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나도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매우 헤맸다. 중앙역에 가신다면 무조건 카드 말고 현금(체코 돈)으로 준비해서 가시거나 카드로는 안내데스크에서만 결제하세요! 생각보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프라하 시내에서 엄청 자주 보던 costa에서 남는 시간을 때웠다. 중국인 아저씨에게 충전기도 빌려주고 핸드폰으로 그동안 찍은 사진도 정리하면서. 자그레브에 저녁 늦게 도착해서는 택시비를 아낀다고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집까지 오려고 했는데 중간에 내려 갈아타는 과정에서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동안 안전하다고 느껴왔던 자그레브였지만 그래도 해가 없는 밤, 심지어 도시 외곽은 취객과 비행청소년, 노숙자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날의 교훈, 우버 비 아낀다고 밤늦게 버스 타지 말자.


3박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다. 혼자 10시간이나 야간 버스를 타고 프라하에 간 것부터 스카이 다이빙, 융합전공에서 인연을 맺은 학교 선배와 동기를 만나 는 것 등등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짬을 내어 여행을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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