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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9. 2020

[DAY64-66] 크로아티아어로 영화보기

지수 일상 in Croatia


오늘은 학교도 가지 않고 쉬는 주말,  룸메이트 선아가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해 나도 따라나섰다. 하지만 왜인지 오픈한 카페를 찾기 어려웠다.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closed 된 카페부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아예 폐업을 한 곳까지. 두세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우리는 거리를 헤매야 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이곳, Magnoolia Caffe Trakoscanska. 매그놀리아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케이크 맛집이겠거니 생각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넓어서 공부하거나 수다 떨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리에 앉고 얼마 후 웨이터가 다가와 메뉴판을 주었다. 딱 봐도 크로아티아어를 못하게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어로만 적힌 메뉴판을 주었고 다시 카운터로 가 영어 메뉴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난독증에 걸리는 줄 알았다. 폰트부터 자간까지....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않은 이곳의 메뉴판.



나의 고정 메뉴인 Esspreso with milk와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를 주문했다. 하지만 역시 케이크는 Amelie가 최고인 것 같다. 이 곳 케이크는 생크림이 아닌 버터크림처럼 단단한 맛이 제일 먼저 느껴졌는데 이미 그때는 순위권에서 밀려버린 이후였다. 살짝 입을 버렸다는 생각에 커피 한 모금으로 입안을 씻어냈다. 룸메이트와 조금 수다를 떨다가 각자 해야 하는 과제를 하기 위해 온 정신을 쏟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어느새 허기지다는 배꼽시계를 느끼고는 서로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는 눈빛 사인을 주고받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룸메이트와 떡볶이에 갑자기 꽂혀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가져온 밀 키트로 계란 두 개까지 넣은 떡볶이 2인분을 뚝딱하고 만들어 먹었다. 거기에 시원한 레몬 맥주 라들러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다. 결국 이번 주도 먹방으로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아주 약간)



다음날, 봄이 왔다고 좋아할 때는 언제고 자그레브는 또다시 겨울이 온 것 같다. 4월 말인데 왜 아직도 자그레브는 춥지요? 여전히 가디건 신세인 이곳의 온도에 놀라며 오늘도 트램을 타고 학교에 갔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누리는 호사. 아침을 안 먹었으니까 이 정도는 먹어야지 라는 보상심리 때문에 너무나도 거창한 한상이 만들어졌다. 평소에 자주 해 먹던 바질 페스토 파스타에 상큼한 카프레제 샐러드를 곁들여 먹었다. 역시나 양이 너무 많이 카프레제는 거의 손을 못 댔지만 잘 차려먹은 것 같아 뿌듯했다. 이곳 크로아티아에서 실컷 파스타를 해 먹고 한국으로 귀국하고 나서는 한동안 피자, 파스타와 같은 양식은 먹지 않아야겠다.



또 다음날, 잊을만하면 한 번씩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참치 샌드위치. 이제는 가게 점원도 익숙한지 주문을 받을 때부터 아예 샌드위치 앞에서 포장할 준비를 한다.(내가 너무 티 나게 많이 갔나? 하긴 얼마 없는 동양인 애가 한두 번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참치 샌드위치만 주야장천 포장해가니, 나라도 기억할 것 같다.) 마요네즈와 비벼진 참치가 이렇게나 많이 들어가 실한데도 불구하고 고작 3천 원밖에 안 한다. 한국이었다면 최소 5천 원 이상은 받았겠지...? 역시 이거도 스스로 질리기 전까지 많이 먹고 가야겠다.



지금 한국과 크로아티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블의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엄청나게 흥행 중이긴 한가보다. TV, SNS, 블로그, 심지어 크로아티아 라디오에서까지 이 소식이 안 나오는 데가 없다. 수업에 들어가면 교환학생 애들도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하고 반강제적으로 스포를 해서 결국 룸메이트와 나는 충동적으로 영화관을 찾아갔다.



한국이나 크로아티아나 영화 시작 전 등장하는 광고는 엄청나게 연달아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과 달리 크로아티아는 선을 더 넘어 10분 이상 광고가 나왔다. 크로아티아어로 하단에 자막이 있어 조금은 시선을 빼앗겼지만 그래도 짧은 영어줄을 써가며 열심히 영어 대사를 들으며 영화를 관람했다. 머릿속으로 영화 줄거리를 돌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해석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걸리는 터라 바로 크로아티아어 자막을 보는 현지인들의 웃음소리를 나는 동시에 따라가지 못했다. 그 점에서는 굉장히 아쉽다. 현지인들은 이미 웃음 포인트가 끝난 시점인데 나는 이제 웃기니 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마블 시리즈를 보게 되어, 그리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마지막 아이언맨을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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