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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2. 2020

[DAY69] 잘츠부르크에서 물에 젖은 쥐 되기

지수 일상 in Austria


오늘은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날. 기차로는 처음 이동해봐서 그런지 기차역에 도착해서 많이 헤맸다. 수많은 기차 종류가 적힌 전광판부터 시작해 플랫폼은 어떻게 갈 수 있는가? 다들 바빠 보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 속에 우리는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한 채로 길에서 동동거렸다. 다행히 친절한 사람을 만나 설명을 들은 후에야 안심을 하고 플랫폼으로 향할 수 있었다. 미리 결제한 티켓을 검표원에게 알려준 후 곧바로 기분이 좋아진 나는 배도 함께 배고파졌다. 아침도 건너뛰고 와서 기차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는데 왜 이렇게 맛있어,,,?



한참을 걸려 도착한 잘츠부르크. 도착하기 전부터 비 예보를 예상한 터라 잠시라도 비 안 오는 하늘에 감사했다. 흐려도 예쁘잖아? 숙소로 가기 위해 보게 된 절벽 아래 세워진 독특한 건물. 수도였던 비엔나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잘츠부르크에 왔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잘츠부르크에서도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했는데 한국인들이 자주 다녀간 숙소였는지 호스트가 카카오톡의 존재도 미리 알고 있었다. 에어비앤비의 초기 정신이 깃들어 있는 듯한 아기자기한 숙소는 딱 두 명이서 하룻밤 보내기에 적당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나온 우리는 한 거리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워낙 잘츠부르크가 작은 동네라 무조건 들리게 될 것 같은 곳이다.



Kim168. 전날 소주 마신 걸 해장하기 위해 나는 짬뽕, 지원이는 회덮밥을 주문했다. 꽤 유명한 곳인지 가게는 굉장히 작은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거의 두 팀 정도만 가게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우리는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다행히 추운 날 실내에서 먹을 수 있었다. 해장을 하고자 국물을 주문했는데 웬걸, 지원이가 주문한 회덮밥이 너무 맛있었다. 한입 두입 얻어먹는 걸로는 매우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볼 수 있음에 잠시나마 행복했다.



미라벨 정원.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정원이 예쁘니 우산은 제치고 비 까짓 거 맞으면서 한 컷을 찍었다.



기념품 파는 곳에서 사본 모차르트 초콜릿. 무슨 맛인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맛있었다. (비도 내리고 추워서 모차르트 대학교? 아카데미? 하여튼 한 건물의 로비에 앉아 먹었다는 건 비밀)



건너편에 보이는 자물쇠 걸린 다리. 하늘이 좀 개나요,,,??



Herr Leopold - Neue Wiener Kaffeehauskultur.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잠시 쉬어가기 위해 들른 카페. 지원이는 핫초코, 나는 카페라떼를 주문했는데 커피 양도 많고 싱겁지 않았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통과!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저녁을 앞두고 있었다. 이왕 잘츠부르크로 온 김에 야경이 보고 싶어서 전망대에 올라왔다. 전망대 입장권까지 구매해서 올라왔는데 하늘이 너무나도 흐려서 해가 졌는지, 아직 떠 있는지도 구분이 안 갔다. 아쉬운 마음에 전망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발목 접질리고 엉덩방아 찧는 부상을 당했다. 웬만하면 창피해서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날 텐데 꽤 많이 아파서 한참 동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속으로 울었다 힝)



앉아 있다 보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 검색도 하고 고민을 했는데 갑자기 지원이의 눈빛이 변했다. 지원이가 분위기 내고 싶다는 의견에 전망대 바로 옆에 있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꽤 비싸 보이는 분위기에 깨갱했는데 언니처럼(아니 언니라도 쉽사리 이 말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이번 식사는 본인이 내겠다는 의견을 냈다. 내가 언니인데 호강을 당해버린 느낌? 고마워서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원이를 쳐다봤는데 곧이어 나온 식전 빵과 버터부터가 맛있어 감동했다. 주문은 했지만 무슨 맛인지 모를 수프와 소고기 맛 나던 닭가슴살 스테이크. 분위기는 최고였으나 직원들의 서비스가 별로였다. 메뉴판을 보면 맛있는 메뉴를 다 시키면 너무나도 출혈이 큰 레스토랑이었기에 자제했는데 나중에 내가 지원이에게 맛있는 식사를 사주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는 그새 그쳤고 멋진 야경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내일 하루 더 남은 잘츠부르크의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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