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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3. 2020

[DAY70] 절대 조용하지만은 않은 할슈타트

지수 일상 in Austria


5월에 눈이 실화인가,,,,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가야 할 곳이 있지?



아침 댓바람부터 정신없이 준비했다. 전날에 꽤 일찍 잤던 거 같은데 왜 아침만 되면 항상 피곤할까? 허겁지겁 옷을 껴입고 나선 잘츠부르크의 아침은 꽤 차가웠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목적지를 위해 버스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수많은 기차와 버스들의 목록에서 한참을 헤맸다. 다행히 길을 지나가던 천사의 도움으로 키오스크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은 절대 포기할 수 없기에 근처 빵집에 들어가 피자빵을 구매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부터 입에 넣은 빵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계속 먹었다.



우리가 어디를 가느냐? 바로바로 할슈타트! 오스트리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은 마을로 꼭 한번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다. 드디어 여기를 가다니, 기대 100프로다!



기차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렸다. 바로 할슈타트에 도착했다는 뜻! 근처의 선착장에서 잠시 대기하다 보니 곧이어 페리 한대가 다가왔는데 이는 할슈타트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강을 건너 도착한 이곳은,



동화 속 마을 같은 이곳, 할슈타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한 여자분을 동행으로 만나 여행했는데 날씨가 안 좋아지기 전 우선 사진부터 찍기로 했다. 뒤에 보이는 보라돌이 때문에 100프로 마음에는 안 들지만 안개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풍경 최고!



물가에는 백조와 오리도 꽤 많았는데 관광객들이 먹이를 많이 줘서 그런지 똥돼지가 되기 직전 같았다. 그래도 풍경과 어우러지는 이들의 모습에 잠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작고 작은 마을인 할슈타트를 둘러보기 위해 걸어가던 도중 만난 한 친구. 이곳의 터줏대감인 것 같은 이 고양이는 맹하게 생기면서도 귀여워서 수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마 본인도 귀여운 걸 아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뚫어지게 쳐다보고 포즈를 잡을 수가 없을 노릇이다.



갑자기 폭우가 내려 온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비를 피할 곳을 찾다 겨우 자리 남은 카페에 들어갔다. 쌀쌀해서 들어온 카페인데 생각보다 분위기도 포근하고 따뜻하다. 길빵을 해도 많이 걸어서 그런지 배가 금세 고파져 이날은 혼자 1인 1 케이크를 했다.(사실 함께 간 지원, 동행은 케이크 안 먹고 나만 먹었다. 좀 부끄럽긴 했지만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 다른 생각은 곧장 사라졌다.)



비가 너무나도 많이 내려 제대로 둘러볼 수 없었다. 매우 아쉬웠지만 감기 걸려 고생하는 여행은 절대 있을 수 없기에 시간 맞춰 잘츠부르크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페에서 도란도란 동행과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4시가 조금 넘어 다시 페리를 타고 할슈타트에서 빠져나왔다. 자그마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기다렸다가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뒤쪽에 앉게 된 우리는 많은 사람들 중 앉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하지만 지옥불이 여긴가 싶은 상황이 펼쳐졌다. 인도인인지 알 수 없는 무리가 버스 뒷칸으로 우르르 오더니 애기 똥기저귀를 갈기 시작하며 우리가 앉은자리를 침범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니 거의 뭐 우리에게 기대서 갔다,,, 꼭지가 돌아버린 우리는 결국 도착지로부터 두 정거장 전 내렸다. 내리자마자 거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만나지 말자 제발?



저녁 먹으러 간 곳에서 화를 달래기 위해 우선 주문한 라들러,,, 왜 맛이 없죠? 오늘은 되는 게 없는 날인가 보다 싶다. 저녁 먹을 때는 기분 좋았으면 해서 조금 피곤했지만 두 명의 동행들이 함께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맛집이라고 소문난 가게라 꽤 한국인이 많았다. 마치 한인식당인 줄 알았다. 가게가 작아서 그런지 꽤 답답했고 술까지 한잔 마신 상태라 더 이상 이 공간에 있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동행들이라 2차로 펍에 가기로 했다. 아참, 오스트리아는 술집이 꽤 일찍 닫는 편이라 겨우겨우 술집을 찾아갔는데 펍보다는 커피와 더불어 술까지 판매하는 팬시한 가게 같았다. 분위기를 생각해 와인을 주문했는데 마감까지 두시 간 밖에 남지 않아 굉장히 빠르게, 많이 마셨다. 근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 두 분이 “좋을 때다”하는 눈으로 우리를 구경하는 게 웃기기도 했지만 이것 또한 추억이라는 생각에 괴념치 않았다. 사실 이 시간 이후에 정말 할 말 많은, 병맛 같은 일이 있었지만 이 기억은 그날 있었던 사람들만 기억하도록 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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