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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4. 2020

[DAY71,72] 운 몰아서 쓰기, 그리고 5월의 눈

지수 일상 in Croatia


이 날만 생각하면 진짜 아찔하다. 아침에 늦잠을 잤지만 정말 세수와 양치만 하고 짐을 싸 여유 있게 버스정류장으로 출발했다. 초행길이기도 하고 눈도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우버 같은 현지의 택시까지 불러 길을 나섰는데 택시 기사가 버스 터미널이 아닌 기차역으로 길을 잘못  들어섰다. 버스가 출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10분도 안 남은 시간, 하지만 기차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약 10분. 나의 모든 행운을 걸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말 그대로 노숙을 해야 하기에 우주의 오만가지 신에게 빌었다. 제발 버스를 탈 수 있게 해 주세요. 택시는 출발했고 갑자기 굵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미 출발시간으로부터 3분이나 지난 상황, 거의 나는 반포기 상태였다. 택시가 도착한 곳은 버스 정류장이라고 말은 붙였지만 도착해보니 산 중턱의 길에 표지판 하나만 있던 곳,,, 원래는 출발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는데 출발하지 않고 기사 아저씨가 담배를 막 다 피우고 차에 오르려고 했다. Miracle,,,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버스는 출발했고 눈발이 거세게 날리는 와중에도 플릭스 버스는 기죽지 않고 생생 달렸다.



집에 도착해서 놀란 마음을 다스리고자 차려 먹은 최애 국인 미역국과 장조림 친구,,,,최고다(하트) 이번 여행은 아찔함 투성이었지만 후배 지원이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국외, 사실 다 국외)이라 더욱 기억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날, 여행에서 돌아와 하루도 채 안 지났지만 출석을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학교로 향했다. 아침 8시 반부터 통계를 하려니 죽을 맛이다,,,



집에 오자마자 닭가슴살, 소시지, 파프리카, 양파가 듬뿍 들어간 바질 페스토 베이스 파스타를 먹었다. 이제는 눈감고도 할 것 같다. (지겹다 지겹다 해도 막상 제일 잘하고 잘 먹는 거라 앞으로도 계속 해 먹을 예정)



오스트리아 여행의 빗길에서 미끄러진 이후, 자그레브로 돌아와서도 나의 발목은 붓는 것과 동시에 통증이 심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상용으로 챙겨 온 파스가 따로 없었다. 결국 내가 가진 것 중 최선은 파스 대신 휴족시간을 붙이는 것. 플라시보 효과인지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카프레제는 사랑이다. 거기에 예전에 샀던 고구마 중 대부분은 다 먹고 딱 하나만 남아있던 고구마를 꺼냈다. 제일 모양이 예쁘기도 하고 색깔도 맛있어 보여서 아껴놓은 고구마다. 생각보다 맛있었던 고구마, 하지만 반 이상은 썩어서 못 먹었다. 역시 오래 두다가는 똥 된다는 말이 맞나 보다. 조금만 더 빨리 삶아 먹을걸. 여기서 또 하나의 교훈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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